지난 2025년은 탄핵 정국으로 인한 국내 정치의 불안정, 미·중 무역 갈등 심화와 보호무역 확대 등 대내외 악재 속에서 어렵게 시작됐다. 다행히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무사히 마쳤고, 우려가 컸던 대미 무역협상에서 선방하면서 경제도 점차 제 궤도를 찾기 시작했다. 2025년 경제 성장률은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1.0%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그럼에도 반도체 업황의 ‘슈퍼사이클’을 기반으로 자동차와 바이오헬스 분야가 선전하면서 7079억달러의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경상수지도 890억달러 흑자를 달성해 대외 건전성이 크게 강화됐다. 물가 상승률 역시 2.1%로 안정되며 5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특히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그러나 우리 경제는 2026년에도 여전히 다양한 난제에 직면해 있다. 경제 성장률은 2025년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보이나 2% 전후에 그칠 전망이다. 잠재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026년에도 1400원대 초반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고환율이 한국물 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나 외국인 자금 동향 등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으며,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고환율은 근저에 우리나라보다 높은 미국의 금리, 견조한 미국 경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선호 등 구조적인 요인이 자리하고 있어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고환율 체제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정책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수출 측면에서는 우리가 가격 결정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반도체, 방위산업 등 고부가가치 전략 산업에 역량을 집중해 대외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수입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수입 비중이 가장 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도록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외환 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세계채권지수(WGBI) 편입을 적극 활용하고 2025년부터 추진해온 상법 개정 등 국내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을 제고할 수 있는 정책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2026년에도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계속될 전망이다. 철강, 자동차 등 대미 주요 수출 품목은 이미 관세 인상의 타격을 받았다. 미·중 무역 갈등 격화로 중국이 미국 외 지역으로 수출을 확대하면서 우리는 주요 무역 상대국 시장에서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보호무역 장벽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시장 다변화가 필수적이다. 미국·중국 등에 편중된 수출 구조를 동남아·인도 등 신흥 시장으로 확장하고,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과 독보적 기술 확보에 정부와 기업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의 90%에 이르는 2000조원 규모의 가계부채는 정부의 강력한 주택담보대출 억제 정책으로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여전히 민간 소비를 위축시키는 부담 요인이다. 확대 재정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 대미 200억달러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한 채권 발행, 국민성장펀드 조성을 위한 산업금융채 발행 등은 2026년 금리 상승 압력을 키워 가계부채 상환 부담을 더욱 가중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공급을 조속히 확대해 부동산발 가계 부채 증가를 억제하고 교육과 주거비 부담을 낮춰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장 큰 원인은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다. 특히 경제 활동이 활발해야 할 15~29세 청년층의 확장 실업률(실업 상태 청년과 구직 단념자 등을 포함한 실업률)은 2025년 11월 기준으로 15%에 이른다. 청년 실업의 핵심 원인으로 청년들이 보유한 학력·전공 및 기술과 실제 노동시장 요구 사이의 괴리, 즉 일자리 미스매치(job mismatch)가 꼽힌다.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청년 일자리 확보가 중요하다. 정부는 청년이 경력과 핵심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중소·중견기업 취업을 유도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 보수와 복지 간극을 일부 보전해주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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