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국회는 연금개혁특위를 만들었다. 최근 구성된 특위 중 가장 의욕적으로 출발했다. 4월 8일 상견례성 첫 전체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하나같이 “막중한 책임감” 등의 표현을 쓰면서 연금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연말까지 개혁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주 1회 회의를 하자”고 제안했을 정도다. 여야 지도부도 “연금개혁에 집중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지원을 약속했다. 정부 인사들의 의지도 만만치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추진할 6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연금개혁을 꼽았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연금개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국회 연금특위는 민간위원들이 주축이 된 자문위가 연금개혁 초안을 만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자문위는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지만, 이들이 초안을 언제 만들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연금기금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이들과 보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이들이 한데 모여 있는 자문위가 통일된 안을 내는 게 애초에 가능한지 모르겠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다. 자문위가 복수 안을 마련해 연금특위에 의사결정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국회 특위에, 특위는 민간자문위에 의사결정을 미루는 모습이다. 과거를 되짚어 보면 자문위도 다시 특위에, 특위는 여야 지도부에, 지도부는 청와대에 다시 결정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모두가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누구도 연금개혁 발표 이후 욕먹는 당사자가 되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연금개혁을 하려면 누군가는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한다. 유권자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연금 고갈 시점을 막는 방안은 없다. 지난해 ‘반쪽짜리 연금개혁’조차 18년 만에야 이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와 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사이 국민연금 수입보다 지출이 늘어나는 시점과 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이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 지금 정부와 22대 국회가 추진력을 가지고 개혁을 실행할 수 있는 데드라인은 훨씬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올해를 놓치면 또 18년을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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