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대법원은 한국피자헛이 가맹점주들에게 부당하게 걷어 온 차액가맹금 약 215억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을 확정하며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회·경제적 지위로 볼 때 약자에 속하는 점주들이 가맹계약에서 차액가맹금 부문에까지 합의할 의사를 밝혔는지는 쉽게 단정 지어선 안 되고, 여러 사정을 고려해 최대한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제대로 된 합의 없이 거둬들인 차액가맹금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는 법리가 확립되면서 향후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반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20개 안팎의 브랜드를 상대로 유사 소송이 제기돼 있어 반환액이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가 한국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이 본사를 상대로 2016~2022년 납부한 차액가맹금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본사 측 상고를 기각함에 따라 본사는 가맹점주들에게 약 215억원을 반환할 의무를 지게 됐다. 차액가맹금이란 가맹본부가 필수 품목으로 지정한 원·부자재를 점주에게 적정 도매가보다 비싼 값으로 넘기면서 얻는 수익이다. 쉽게 말하면 점주가 반드시 구입해야 할 물품의 대금에 유통마진을 붙인 것이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상표권 사용료)로 떼 가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차액가맹금 모델이 일반적이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로열티만 받는 가맹본부 비율은 38.6%, 차액가맹금만 받는 비율은 22.9%였다. 피자헛처럼 로열티와 차액가맹금을 함께 받는 비율은 38.6%다.
한국피자헛 점주들은 본사가 총수입의 6%를 고정 수수료로 걷어가는 동시에 차액가맹금까지 받아 가는 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이 같은 주장은 1·2심에 이어 상고심에서도 받아들여졌다.
대법원은 계약 성립 과정에서 “계약의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해선 양측의 구체적 의사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들어 2심의 판단이 틀리지 않다고 봤다. 2021년 헌법재판소 결정례에 따라 차액가맹금 역시 가맹사업법상 가맹금에 해당하고, 가맹금 지급은 계약의 본질적 사항에 포함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특히 “가맹 계약은 가맹본부가 정보력이나 교섭력 면에서 점주에 비해 상당한 우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함으로써 불확실성을 미리 제거할 충분한 기회도 있다”고 짚었다. 가맹계약 구조상 본사가 갑, 점주가 을인 관계가 정립될 수밖에 없고, 본부와 사업자가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가맹사업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그간의 차액가맹금 수취 관행은 위법하다는 얘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차액가맹금의 적법성 관련 논란이 일단락되기보다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브랜드마다 로열티 수취 여부 등 사실관계가 달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1호 사건인 만큼 파장은 크겠으나 법 조항에 관한 해석 다툼은 이제부터 시작일 것”이라고 말했다.
▶차액가맹금
가맹사업자가 본사로부터 공급받는 상품·원재료·설비 등의 가격 중 적정 도매가격을 초과하는 부분. 로열티(상표권 사용료)와 별개로 물품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맹금의 한 유형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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