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이 10여 년 만에 새롭게 가동된 미국 내 구리 생산지에서 생산된 구리를 구매한다. 해당 구리는 애리조나에서 생산되며 아마존의 데이터센터 건설에 사용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아마존이 지난해 미국에서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구리 생산을 시작한 애리조나 광산에서 생산된 구리를 조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산업용 금속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조치다.
해당 광산은 리오틴토가 저품위 구리 광석을 활용한 새로운 추출 방식을 시험하기 위해 재가동한 곳이다. 리오틴토는 박테리아와 산을 이용해 기존에는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됐던 광석에서 구리를 추출하는 ‘누톤’ 기술을 개발했다. 리오틴토는 아마존웹서비스와 2년간 구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아마존의 이번 계약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운영에 필요한 전력과 핵심 원자재를 확보하려는 기술 기업들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WSJ는 전했다.
다만 누톤 방식으로 생산되는 구리는 아마존 전체 수요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대형 데이터센터 한 곳에는 전선, 회로기판, 변압기 등 각종 전기 설비에 수만 톤의 구리가 필요하다.
리오틴토는 애리조나 누톤 프로젝트를 통해 4년간 약 1만4000t의 구리 캐소드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리 캐소드는 정제된 순도 높은 구리 판으로, 전기·전자·산업 현장에서 바로 원재료로 쓰이는 ‘완제품 구리’를 뜻한다. 이 물량은 대형 데이터센터 한 곳을 건설하기에도 부족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리오틴토는 최근 투손 동쪽에 위치한 광산 재가동 과정에서 바이오 침출 공정을 적용했다. 회사는 이 기술을 미주 지역 다른 광산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신규 광산 개발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기존 광산에 남아 있는 저품위 광석을 활용해 생산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WSJ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구리 수요가 전력망 개보수, 전기차,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와 함께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구리는 건설 부문에서 배관과 전선 등에 사용된다.
구리 가격은 이달 런던과 뉴욕 시장에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선물 가격은 지난해 41% 상승했으며, 최근 파운드당 6달러를 넘어섰다고 WSJ는 보도했다.
미국 내 구리 가격은 추가 상승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여름 전선과 파이프 등 구리 제품에 부과한 50% 수입 관세 외에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WSJ는 광업계와 금융권 전문가들이 구리 공급 부족이 AI 산업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광산을 발견해 생산에 이르기까지는 평균 20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보도했다.
S&P글로벌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AI 확산으로 2040년까지 구리 수요가 현재보다 50% 증가하는 반면 생산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약 25%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소개했다.
리오틴토는 누톤 기술을 상업화하는 과정에서 신규 광산 인허가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즉시 착공이 가능한 애리조나 남동부 기존 광산 부지를 활용했다고 WSJ는 전했다. 해당 광산은 2010년 노천 채굴이 중단된 이후에도 인허가 요건을 유지해왔다.
존슨 캠프 광산에서는 광석에 박테리아와 산을 처리한 뒤 이를 쌓아두는 방식으로 구리를 추출한다고 WSJ는 설명했다. 추출된 구리는 설비를 거쳐 바로 사용 가능한 캐소드 형태로 생산된다. 첫 누톤 캐소드는 지난해 12월 생산됐다.
WSJ는 리오틴토 구리 사업부 최고경영자 케이티 잭슨의 말을 인용해, “기존에 경제성이 없던 광석을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탄소 배출과 물 사용량이 적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전했다.
한편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정책을 축소하고 있음에도 아마존을 비롯한 대기업들은 탄소 배출 감축과 청정 전력 확보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의 글로벌 탄소 담당 이사 크리스 로는 “데이터센터 운영과 관련해 구리는 핵심 원자재”라며 “낮은 탄소 배출을 고려한 공급망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번 계약의 일환으로 아마존은 리오틴토에 클라우드 컴퓨팅과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해 구리 회수율을 높이고 생산 확대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WSJ는 전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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