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핵심지를 중심으로 매도인이 우위를 점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올해 매물 부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금 아니면 집을 못 산다"는 포모(FOMO·기회를 놓칠 것 같은 불안감),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심화 등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17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76.5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월 35.4를 기록했던 매수우위지수는 3월 69.4까지 올라 가파르게 회복했다가 50포인트대로 하락한 이후 6월 95.1로 치솟았습니다. 하반기 들어 잠잠하던 지수는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해 10월 95.5로 재차 치솟았습니다. 이후 70포인트대로 내려왔습니다.
해당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워질수록 집을 사려는 매수자가 많다는 뜻으로, 현재 서울은 집을 파는 집주인이 더 많은 상황입니다. 다만 KB부동산이 해당 지수는 보수적으로 산출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연초 대비 2배가량 지수가 치솟은 만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매수 심리가 상당히 살아났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서 발표하는 수급 동향을 살펴보면 KB부동산 통계보다는 조금 더 시장 분위기가 회복한 모습입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이달 첫째 주(5일) 기준 10.3.3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9월 둘째 주(8일) 100을 넘어선 이후 17주 연속 기준선인 100을 웃돌고 있습니다. 해당 지수 역시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워질수록 집주인 우위를 나타냅니다.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서울 대부분 지역에 있는 매물을 중개하는 편인데 실수요자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지역에선 계약금을 넣을 계좌 받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라면서 "집을 보고 주말까지 고민하다가 돈을 넣을 여유가 없다. 고민하는 사이 다른 실수요자가 먼저 넣어서 계약을 못 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귀띔했습니다.
집주인 우위 시장이 형성되는 이유는 먼저 서울에 매물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6642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만9032건에 달했는데 1년 새 3만2390건(36.4%)이 급감한 수준입니다. 실수요자들의 선택지가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금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다"는 포모 심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생애 첫 부동산을 구입한 이들 중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연립·다세대 등)을 매수한 실수요자는 전날 기준 6만1132명입니다. 전년 4만8493명보다 26.1% 늘었습니다. 시장이 활황이던 2021년 8만1412명 이후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특히 30∼39세가 3만473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매도인 우위 시장을 강화하는 요인입니다. 부동산 규제가 강화하고 자산별 양극화가 심화하자 실수요자들은 자산 가치가 높은 서울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는 가뜩이나 매물이 없는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경쟁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서울 전체가 매도인 우위 시장은 아니고 핵심지, 즉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매도인 우위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자산별로 보면 재건축 가능성이 높은 단지, 신축 단지, 펜트하우스 등의 자산에서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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