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인공지능(AI) 모델을 만들겠다며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가 초반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경쟁에 뛰어든 다섯 업체가 개발 중인 AI 모델 중 몇몇이 중국의 것을 일부 차용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다. 순수 토종 기술을 중시하는 ‘순혈주의’가 맞느냐, 아니면 외국 모델을 활용해 효율을 높이는 ‘개발주의’를 인정해야 하느냐를 놓고 개발자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지난 1일 한 스타트업 경영자는 업스테이지의 AI 모델 솔라 오픈이 중국 기업 지푸AI의 GLM-4.5-에어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업스테이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고, 의혹을 제기한 쪽에서 “엄밀하게 검증하지 못했다”고 사과해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지난 5일에는 네이버클라우드의 하이퍼클로바X 시드 32B 싱크 모델이 중국 알리바바의 비전 인코더 큐웬 2.5 모델을 차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중국 오픈소스를 가져다 쓴 점을 인정하면서도 “핵심적 영역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SK텔레콤의 초거대 AI 모델 ‘A.X K1’이 중국 모델 ‘딥시크 V3’의 일부 설정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SK텔레콤은 “세계적으로 보고된 적 없는 독자적 구조의 모델”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논란은 백지상태에서 100% 국내 기술력으로만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만이 프롬 스크래치 원칙에 적합한 것인지, 중요하지 않은 일부 영역에서는 외국산 모델을 사용해도 되는지 등에 명확한 지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불거졌다.
관건은 외국 AI 모델을 차용할 경우 그 역할의 비중과 라이선스의 지속성 여부다. 일각에서는 향후 외국 기업이 라이선스를 회수한다면 저작권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소스와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착하면 해외 기술 흐름에서 고립되는 ‘AI 갈라파고스’를 자초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미국의 오픈소스를 사용했더라도 이처럼 논란이 확산했겠느냐”는 반응도 있다. AI 모델의 성능과 별개로 과도한 ‘중국 프레임’이 씌워졌다는 것이다.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 학장은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력이 월등히 앞서 있는 상황에서 지금은 서로가 서로의 오픈소스를 사용하는 상황”이라며 “핵심적 영역을 전부 베껴 쓴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일부 도움 되는 모델은 부분적으로 사용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산적인 토론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자칫 경쟁이 과열돼 상호 비방전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AI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독자적 기술 개발의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