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 시절 수립한 전기본 중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국민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원전 건설에 찬성하는 측은 에너지 안보와 경제성 논리를 내세우는 반면 반대하는 측은 사고 위험성과 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신규 원전 건설을 둘러싼 양측의 핵심 쟁점과 논리를 자세히 들어보자.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도 원전이 필요하다. 자원 빈국인 한국에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안보와 직결된다. 원전은 연료비 비중이 작아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에도 전기요금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완충장치 역할을 한다. 2024년 기준 1kWh당 원전 발전 단가는 약 66.3원으로, 석탄(약 143.6원) LNG(약 175.5원) 태양광(약 136원)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또한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은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고 기술력을 유지하는 기반을 제공한다. 이는 최근 체코 원전 수주와 같은 성과를 이어가기 위한 공사 실적으로써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동력이다.
실질적인 탄소중립(CFE) 달성을 위해서도 원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무탄소 전원(Clean Free Energy)의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지리적·지형적 한계로 인해 목표치 달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원전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원전 사고의 위험성뿐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에서 보듯 원전 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다. 한국은 세계에서 원전 밀집도가 가장 높고 인구가 많은 대도시 인근에 있어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또한 대형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초고압 송전망 건설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의 극심한 갈등도 불가피하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과 위험 비용을 감안하면 원전은 결코 저렴한 에너지가 아니다.
재생에너지 100%(RE100) 대응 및 에너지 전환 지연도 우려된다. 글로벌 시장의 표준은 ‘무탄소 에너지(CFE)’보다 재생에너지 100%로 기울고 있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원전에만 집중 투자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산업 성장을 저해하고 우리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더구나 원전은 한번 가동하면 출력을 조절하기 힘든 ‘경직성 전원’이어서 전력망의 유연한 운영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상반기 12차 전기본 초안을 내놓고 하반기 확정할 방침이다. 지난 두 차례 정책 토론회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을 허용하는 쪽의 목소리가 컸다고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지닌 원전 산업을 위해서라도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될 만하다. AI 시대에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안정적 전력 공급이 어렵다는 현실론도 제기됐다. 다만 원전 건설에 대한 환경·시민단체의 반발이 만만찮아 최종적으로 신규 원전 허용으로 결론 날지에 대해선 장담하기 이르다. 김 장관 말대로 신규 원전 건설에는 10~15년의 시간이 걸린다. 당초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말까지 원전 부지를 확정할 예정이었다. 공론화 작업에 시간을 낭비하다 전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전력이 없어 곤란에 빠질 수 있다. 최근 미국·유럽은 물론 일본·대만까지 원전 증설로 빠르게 선회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원전 신설 여부를 최대한 빨리 결론짓고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서정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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