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은 준공영제가 만들어낸 독점 운영 구조의 민낯을 드러냈다. 20년 넘게 안정성을 앞세운 결과 혁신 플랫폼을 앞세운 신규 사업자는 규제 문턱과 기득권층의 밥그릇 싸움에서 밀려났고 시민의 발이 볼모로 잡힌 위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대체 수단은 사실상 없었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이어진 총파업 기간동안 지하철 운행 시간을 늘리고 자치구별로 전세버스와 셔틀버스를 긴급 투입했다. 파업 첫날에는 134개 노선에 전세버스 677대를 운영했고 이후 86대를 추가해 최대 763대까지 확대했지만 파업에 참여한 전체 시내버스 7000여대의 약 11% 수준에 불과했다. 시민들은 지하철과 택시로 몰렸고, 일부는 따릉이나 도보를 선택해야 했다.
이번 파업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준공영제가 꼽힌다. 서울 시내버스의 적자를 서울시가 보전하는 준공영제는 2004년 도입 이후 20년 넘게 유지돼 왔다. 공공성을 앞세워 운영 안정성은 확보했지만 경쟁과 혁신을 유도할 제도적 장치는 거의 마련되지 않았다. 플랫폼 기반 호출형 교통이나 새로운 형태의 버스 서비스가 제도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돼 온 배경이다.
시내버스 노선권과 운행 구조가 기존 사업자들에 의해 사실상 독점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시내버스는 면허제로 운영되며, 준공영제 체계에서는 신규 면허 발급 자체가 극히 제한적이다. 그 결과 최근 서울 시내버스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민간사업자는 실증사업에 참여한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무하다. 요금 체계와 운행 범위가 고정돼 수익 모델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되면서 민간 기업의 시장 진입도 번번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국내 자율주행·원격주행 기술 전문기업인 에스유엠 등이 보유한 자율주행 버스 가운데 서울시에 투입된 차량은 6대 안팎에 그친다. 이들 차량은 2022년부터 청계천, 동대문, 합정 등 일부 구간에서 야간이나 실증 운행만 이뤄지고 있다. 시내버스 총파업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도 대체 교통수단으로 활용되지 못한 배경이다.
해외 주요 도시의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도시는 노선버스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호출형 셔틀, 수요응답형 교통, 자율주행 셔틀을 단계적으로 도입해왔다. 기존 노조 노선과 분리된 구간이나 신도시, 산업단지부터 실증을 시작해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방식이다. 중국 주요 도시는 자율주행 버스를 정규 노선에 투입해 상시 운행하며 운행 데이터와 안전성을 축적하고 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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