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면 희망과 함께 마음 한구석에서 불안이 솔솔 피어오른다. 과연 계획대로 잘될까, 끊임없이 초조한 마음이 밀려드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 마음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원인을 파헤친 뒤 해법을 제시한다. 불안을 다루는 서적이 넘쳐나는 가운데, 이 책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고고하게 순항 중이다.
2005년 한국어 초판 출간 이래 20여 년 가까이 사랑받아온 <불안>은 국내 판매 40만 부를 기념해 교보문고 특별 리커버판을 새롭게 선보였다.
1969년 스위스 취리히 태생인 알랭 드 보통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993년 펴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로 돌풍을 일으킨 후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며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다음 작품이 가장 기대되는 작가로 꼽히는 그의 책은 매번 2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돼 세계 각국에서 수십만 부씩 팔린다.
<불안>은 크게 ‘원인’과 ‘해법’으로 구성돼 있다. 불안의 원인으로 ‘사랑 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그 가운데 ‘기대’ 부분이 특별히 흥미를 끈다. 봉건시대까지만 해도 극소수만이 부와 충족을 갈망했고, 다수는 착취당하면서 체념 속에서 살았다. 18세기 초 영국에서 서양의 위대한 변화가 시작됐고, 20세기에 물질적 진보 속도가 빨라졌다.보통 사람들이 과거의 주인님과 마님만큼 잘살게 됐지만 불안은 훨씬 커졌다. 이유는 ‘자리, 성취, 수입’에 대한 걱정이 늘었기 때문이다. 많은 불안이 ‘질투’에서 비롯된다. ‘불황, 실업, 승진, 퇴직, 업계 동료와 나누는 대화’에서 불안이 유발되는데 ‘성공을 거둔 걸출한 친구에 관한 신문 기사’가 가장 큰 원인이다.
“우리는 자신과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 우리의 준거집단에 속한 사람들만 선망한다는 것이다.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질투의 대상은 가까운 데 있는 셈이다. 친구를 질투하지 않는다면 여러 불안이 해소될 수 있다는 뜻이다.
1830년대 미국을 돌아본 프랑스 법률가 알렉시 드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미국인이 번영 속에서도 불안을 느끼는 이유를 “불평등이 사회의 일반 법칙일 때는 아무리 불평등한 측면이라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지만, 모든 것이 대체로 평등해지면 약간의 차이라도 눈에 띄고 만다”고 분석했다.
그로부터 몇십 년 후, 하버드대학교 심리학 교수 윌리엄 제임스는 “우리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 수모를 당할 위험도 커진다. 무엇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복이 결정된다”며 자존심을 높이려면 “더 많은 성취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는 것, 성취하고 싶은 일의 수를 줄이는 것”을 생각하라고 권했다.
불안을 해소할 해법으로 저자는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를 내세웠다. 기독교, 그리고 그 대척점에 있는 보헤미아의 예를 살펴보자.
기독교는 “누가 우리보다 몇 밀리미터 더 큰가 하는 관심은 우리보다 10억 배 큰 것들, 우리가 감동을 받아 무한, 영원, 또는 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힘에 대한 경외감에 밀려나게 된다”고 제시했다. 사람들 사이의 표면적 차이 너머를 보며 보편적 진리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19세기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보헤미안이었던 헨리 소로는 “돈이 없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 자신의 에너지를 사업 말고 다른 활동에 쏟는 쪽을 택했고, 그 과정에서 현금이 아닌 다른 것에서 부유해졌다는 뜻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상태를 ‘가난한 생활’이 아닌 ‘소박한 생활’이라고 명명한 여유를 배워보자.
인문철학 에세이 <불안>은 방대한 독서량과 날카로운 통찰력을 바탕으로 불안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선사한다. 불안이라는 개념에 다양하게 접근해 유연한 결론을 도출해내는 솜씨가 놀랍다. 불안의 원인과 해법 탐구 과정을 찬찬히 음미하면 독서력과 함께 통찰력이 어느 순간 쑥 상승할 것이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