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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가 만든 '쉬운 돈' 끝났다" 경고…'대출 폭탄' 공포 [글로벌 머니 X파일]

입력 2026-01-21 07:00   수정 2026-01-21 07:50



올해 대규모로 만기가 도래하는 사모 대출이 글로벌 금융 시장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3조 달러 규모로 커진 그림자 금융 시스템이 고금리와 저성장이라는 ‘뉴노멀’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대거 만기 도래
21일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사모 대출의 평균 만기는 약 5.4년(중앙값 5.25년)으로 집계됐다. 이는 은행이 주도하는 레버리지 론(BSL)의 통상 만기인 7년보다 짧다. 2021년에 집행된 막대한 규모의 대출이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만기 및 차환 주기에 진입한다는 뜻이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해 풀린 막대한 유동성은 은행 대신 규제가 덜한 사모 대출 시장으로 흘러들었다. 2021년 당시 시장 참여자 다수는 저금리를 예상하며 공격적으로 자금을 집행했다. 당시 기업들은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15배, 심지어 20배를 호가하는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인정받았다. 4~6%대의 낮은 금리로 수천억 달러를 조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거시경제 환경은 2021년과 다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에도 사모 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SOFR(담보부 조달금리)에 신용 스프레드(가산금리)를 더한 최종 금리는 중견기업 기준으로 8~11% 수준을 상회한다.

미국 사모투자 전문 운용사 해밀턴 레인은 2025년 프라이빗 크레딧 보고서에서 2021년 기준 기준금리(SOFR 등)에 5%포인트를 더해 조달한 대출의 연 이자비용이 약 6% 수준이었다고 제시했다. 이후 금리 상승으로 같은 구조의 대출 금리가 2025년 3월에는 약 9.3%까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오크트리 캐피털의 하워드 막스 회장은 "2009~2021년의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리가 만들어낸 ‘쉬운 돈(easy money)’ 환경이 종료됐으며, 향후 몇 년간은 과거와 같은 초저금리로 회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나타나는 부실 징후
리파이낸싱 위기는 단순히 기업의 파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모 대출 시장은 은행과 달리 외부에 각종 부실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내부적으로 곪게 만드는 매커니즘을 작동한다. 관련 징후는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난다. 우선 담보 가치의 하락. 리파이낸싱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담보 자산인 기업의 가치가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의 올해 1월 분석 보고서는 사모대출 펀드가 보유한 시니어론(선순위 대출) 중 액면가 대비 20% 이상의 평가손실을 기록한 자산의 비율이 2022년 이후 3배 이상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원금의 절반이 날아간 50% 수준의 평가손실을 겪은 자산 비중이 전체의 5%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좀비 기업도 빠르게 늘고 있다. 차주가 이자를 낼 현금 여력이 없을 경우, 운용사는 곧바로 부도를 처리하기보다 ‘PIK(Payment-in-Kind)’ 옵션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현금으로 이자를 받는 대신, 이자만큼을 대출 원금에 더해주는 방식이다. 링컨 인터내셔널의 집계에 따르면 PIK 옵션이 포함된 거래 비중은 2021년 4분기에는 약 7%에 불과했지만, 2025년 3분기에는 10.6%까지 늘어나며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브라이언 가필드 링컨 인터내셔널 포트폴리오 평가 글로벌 대표는 “최근 급증하는 PIK의 57%는 애초 계약에는 없다가 차주의 사정이 어려워지자 사후에 추가된 ‘나쁜 PIK(Bad PIK)’”라며 “이는 사모 시장에 균열이 생겼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못 갚는 상황에서 빚으로 빚을 막는 ‘연명 치료’가 광범위하게 벌어진다는 뜻이다. 이자를 원금에 더하면 복리 효과로 부채 총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연 12% 금리의 대출을 전액 PIK로 전환할 경우, 6년이면 갚아야 할 원금은 두 배가 된다.

리파이낸싱이 막힌 운용사들이 꺼내 든 최후의 카드는 이른바 ‘NAV(순자산가치) 대출’이다. 개별 기업이 아닌, 펀드 전체 자산을 담보로 또다시 대출을 일으키는 금융 기법이다. 영국 프라이빗 크레딧 투자 운용사의 '17Capital'에 따르면 글로벌 NAV 대출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7000억 달러(약 94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레버리지 위에 레버리지를 쌓는 위험한 도박이라는 지적이다. NAV 대출은 상환 우선순위가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출자자(LP)인 연기금 등은 구조적 후순위로 밀려나게 된다. 펀드가 망가질 경우 LP들은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위험이 커진 것이다.
“시스템 위기 아니다” vs “보이지 않는 위험”
일각에선 과도한 우려라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사모 대출에 대한 우려는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블랙스톤의 포트폴리오 평균 담보인정비율(LTV)은 40%대로 은행보다 보수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올해 사모 대출 디폴트율이 2025년의 약 5%에서 4.5%로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기업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금리가 유지되겠지만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면서 차주들의 상환 능력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최근 “사모 대출 시장은 경기 침체기를 제대로 겪어본 적이 없다"며 "여기서 ‘바퀴벌레’ 하나가 발견된다면, 그것은 숨어있는 수천 마리의 시작일 뿐”이라며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번 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처럼 은행 창구로 예금 인출이 쇄도하는 ‘뱅크런’이 아니다. 소리 없이 기업의 돈줄이 마르는 이른바 ‘침묵의 신용 경색’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사모 대출은 거래소에서 매일 가격이 매겨지지 않는다. 운용사가 자체 모델로 산정한 ‘공정가치’는 시장 충격을 즉각 반영하지 않는다. 이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손실 인식을 수 분기, 심지어 수년간 지연시킨다. 미국 금융안정위원회(FSB)는 작년 말 보고서에서 “비은행 금융 자산이 256조 8000억 달러로 전체 금융의 51%를 차지하지만, 사모 대출 부문은 심각한 데이터 한계로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경고했다.

‘그림자 금융’이라 불리는 사모 대출은 은행과 단절된 섬도 아니다. 미 Fed와 BofA의 분석 등에 따르면, 미국 은행들이 사모대출 펀드나 BDC(기업성장투자회사)에 제공한 신용공여(Revolver)와 대출 규모는 약 3000억 달러(약 420조 원)에 이른다. 사모대출 펀드들이 유동성 위기에 몰려 은행에 개설된 마이너스 통장 격인 ‘크레딧 라인’을 일시에 인출할 경우, 은행들의 유동성은 순식간에 고갈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드’ 파산 사태는 이 시장의 취약성을 보여줬다. 회계 부정 의혹과 함께 파산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론 펀드와 ETF 시장에서는 한 달 만에 약 15억 달러가 유출되는 ‘플래시 크래시’가 발생했다.

글로벌 사모 대출 시장 리스크는 한국 금융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주요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 각종 공제회가 해외 대체투자를 가장 공격적으로 늘렸던 시기가 바로 문제가 된 ‘2021년 전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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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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