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진학을 앞둔 자녀를 둔 김모씨는 지난주 자녀의 초등학교 졸업식을 맞아 3대가 함께하는 가족 모임을 가졌다. 평소 아이를 돌봐온 친정 부모님까지 졸업식에 참석하면서자연스럽게 3대가 한자리에 모였다. 김씨는 “조부모까지 졸업식에 참석하는 게 유난스러워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가보니 비슷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학교 근처 식당가도 대가족 단위 예약 손님으로 북적였다”고 말했다.
최근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를 뜻하는 ‘학조부모’가 늘면서 초등학교 행사가 3대 가족이 모이는 날로 자리 잡고 있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가 많아졌고, 성장 과정을 지켜봐온 만큼 졸업식에도 함께하려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올해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부모 정모씨(38)도 “맞벌이를 하다 보니 아이가 학교를 마치면 친정 부모님이 데려오고, 저녁을 챙겨 먹인 뒤 학원까지 보냈다”며 “졸업식에 조부모가 빠지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때만 해도 부모만 참석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학조부모가 늘면서 일부 학교는 조부모를 ‘실질 양육자’로 보고 학교 프로그램 참여 대상에 조부모를 포함하기도 한다. 경기도 안산중앙초는 지난해 가족 체육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에서 참여 대상을 부모와 자녀로 제한하지 않고, 조부모도 함께 참여할 수 있다고 알렸다. 성남 제일초 역시 행사 참가 가족을 모집하면서 조부모부터 손자녀까지 3대가 함께하는 가족을 우선 선발 대상으로 뒀다.
조부모의 역할이 커지면서 양육 방식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이 오히려 심화하는 경우도 있다. 갈등의 상당수는 아이 양육 방식을 둘러싼 의견 차이에서 비롯된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에 따르면 자녀 양육 과정에서 조부모의 도움을 받을 때 갈등을 겪는 이유로는 ‘서로 생각하는 양육 방식이 달라서’라는 응답이 67.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로가 기대하는 역할이 달라서’(13.8%), ‘용돈 등 경제적 지원에 대한 기대가 달라서’(7.7%), ‘돌봄 시간대에 대한 요구가 달라서’(6.2%) 순이었다.
부모와 조부모 사이의 양육 갈등이 심화하면서 교육당국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학조부모 교육’을 시범 운영한 뒤 매년 ‘학조부모 교육, 손자녀와 소통 레시피’ 프로그램을 서울 전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에는 현대적 양육 방식과 손자녀와의 소통법은 물론, 자녀(부모 세대)와 대화하는 방법도 포함돼 있다. 시대 변화에 따른 조부모의 역할과 태도, 미디어 사용에 대한 내용도 다룬다.
전문가는 세대별 양육관 차이를 인정하고 꾸준히 소통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세대별 성장 배경과 육아 환경이 완전히 달라 두 세대 간 교육관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교육과 양육에 대한 기본 원칙과 역할 분담을 분명히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꾸준히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당국도 ‘무엇이 옳다’고 일방적으로 주입하기보다 조부모의 육아 경험을 먼저 공유하도록 한 뒤 최근의 양육·교육 경향을 접목하는 상호학습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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