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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막아섰다…블랙스톤發 '월세 쓰나미'의 정체 [더 머니이스트-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입력 2026-01-19 06:30  


2024년과 2025년은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 하나의 분기점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자산 가격 상승을 이끈 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실질적인 주거 비용인 ‘임대료 인플레이션’이 가계 경제를 직접 압박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과 도쿄, 뉴욕과 런던 등 세계 주요 대도시에서는 각기 다른 경제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급등이라는 공통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그 결과, 가처분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미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기관투자가의 단독주택 매입 후 임대사업 금지’ 방침은, 주거 시장의 과도한 금융화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본격적인 문제 제기로 읽힙니다.

변화의 신호탄은 뜻밖에도 30년간 임대료가 정체돼 왔던 일본 도쿄에서 먼저 나타났습니다. 도쿄 23구의 민간 임대료는 지난해 3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1.1% 상승하며, 1994년 이후 약 3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수치만 보면 완만해 보일 수 있으나, 디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하락)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작지 않습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블랙스톤을 비롯한 글로벌 사모펀드의 움직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엔저 환경을 활용해 노후 주택을 대거 매입한 뒤 리모델링을 거쳐 임대료를 인상하는 ‘밸류 애드’ 전략을 구사하며, 도쿄 전반의 임대료 상승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주거 공간이 삶의 터전이 아니라 수익률 중심의 금융 상품으로 재편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한국의 서울은 더욱 급격하고 고통스러운 전환을 겪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전세 제도가 붕괴 단계에 접어들며, ‘월세화’가 구조적으로 고착되고 있습니다. 전세 사기에 대한 공포와 고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고비용 월세 시장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임대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65.9%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평균 월세 가격 역시 147만원을 넘어섰습니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은 가계 부채 관리라는 명분 아래 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전세 보증금 반환을 더욱 어렵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월세 전환을 가속화하는 역설을 낳고 있습니다.

미국의 상황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뉴욕은 순 임대 공실률이 1.41%까지 떨어지며, 집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공급 절벽’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거대 자본이 실수요자와 경쟁하며 주택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전면에 내세워, 기관투자가의 주택 매입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겠다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냈습니다.

런던 역시 가구 소득의 43%를 임대료로 지출하는 구조에 이르며, 지불 능력의 한계를 넘어선 주거 위기와 노숙인 증가라는 사회적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각국 정부가 임대료 인상 상한제나 퇴거 제한법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지만,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은 규제는 소규모 임대인의 시장 이탈을 부추기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글로벌 임대 시장은 국가의 강력한 개입과 거대 자본의 수익 추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전장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기관투자가 규제처럼 과감한 시도는 단기적으로 자본의 과도한 영향력을 제어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 ‘공급의 질과 양’에 달려 있습니다. 정책 입안자들은 가격 통제에 머무르지 않고, 공공성을 담보한 새로운 공급 모델을 설계하며 주거 급여를 현실화해야 합니다. 이러한 구조적 혁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청년층이 소득의 상당 부분을 월세로 지출하며 자산 형성의 기회를 잃는 ‘임대 세대(Generation Rent)’의 고착화는 향후 수십 년간 글로벌 경제와 사회 이동성을 동시에 위협하는 가장 큰 리스크로 남게 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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