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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명품 안 사요"…2030 돌변하자 '1조' 시장 뒤집어졌다 [트렌드+]

입력 2026-01-17 12:39   수정 2026-01-17 13:01

최근 뷰티 시장에서 향수 카테고리가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2030 세대 중심으로 독특한 철학이나 콘셉트를 담아낸 '니치 향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중적인 향보다 브랜드의 철학과 개성을 담은 제품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과 맞물린 결과다.

17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향수 시장 규모는 약 1조1800억원으로 전년(1조1060억원) 대비 약 6.7%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2030세대 고객 비중이 높은 패션 플랫폼 29CM에서도 관련 수요가 뚜렷하게 늘었다. 회사에 따르면 최근 3개월(지난해 10~12월)간 향수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84% 이상 늘었다.

특히 니치 향수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니치 향수란 일반 제품과 달리 대중성보다는 브랜드의 조향 철학이나 콘셉트를 담아 만든 향수를 말한다. 정형화된 향보다 개성과 스토리를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층 중심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니치 향수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소지품 하나에도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려는 MZ(밀레니얼+Z)세대의 소비 성향이 자리하고 있다.

리서치기업 오픈서베이가 지난해 전국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뷰티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향수 구매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로 '내 취향에 맞는지'를 꼽은 답변이 67.9%(순위형 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제품이 내가 추구하는 이미지에 부합하는지'를 고려한다는 응답이 39%로 뒤를 이었다. 향수가 단순한 뷰티 제품을 넘어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소비자 반응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지난 주말 서울 명동의 한 향수 매장을 찾은 20대 대학생 정모 씨는 "나와 잘 어울리는 향을 찾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며 "한 가지 향만 쓰기보다는 두세 가지 향을 섞어 나만의 분위기를 만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수요 확대에 맞춰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직접 시향을 통해 경험해야 하는 특성상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브랜드들의 매장 출점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스페인 향수 브랜드 로에베 퍼퓸은 이달 초 서울 성수동에 첫 번째 플래그십 매장을 개점했다. 해당 브랜드는 대중적 취향을 겨냥한 기성 향수와 달리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조향 콘셉트를 내세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매장 개점 이후 일평균 방문객 수는 약 400명에 달할 정도로 고객 호응을 얻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관계자는 "로에베 퍼퓸은 한국 시장을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는 핵심 시장으로 판단하고, 국내 향수 시장의 성장 흐름에 주목해 브랜드 첫 플래그십 매장을 한국에 열었다"고 설명했다.

명품 향수뿐 아니라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의 브랜드들도 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SW19는 지난해 4월 성수동에 매장을 연 데 이어 지난달에는 명동에도 매장을 추가로 오픈했다. 디퓨저로 잘 알려진 헤트라스 역시 지난해 4월 명동, 같은 해 7월 성수에 매장을 연달아 개점하며 오프라인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향수 시장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유로모니터는 올해부터 3년간 해당 시장이 연평균 약 4.4%씩 성장해 2028년에는 약 1조357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개성이나 '나만의 것'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에게는 아무리 유명하고 비싼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남과 똑같은 향을 공유하는 것은 재미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향은 채취라는 감각을 통해 타인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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