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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탈원전' 국가도 돌아섰다…25년 만에 백기 든 이유 [강경주의 테크X]

입력 2026-01-20 09:00   수정 2026-01-20 09:18


영국의 소형모듈원자로(SMR) 추진, 프랑스의 대규모 원전 증설, 핀란드의 고준위 폐기물 처리 인프라 완공...

원전 없이는 에너지 안보도, 지속 가능한 기후도 없다는 위기감이 유럽을 각성시키고 있다. 오랫동안 재생에너지 선구자 역할을 한 유럽 각국이 원전을 다시 들여다보는 배경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노출된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 인공지능(AI) 인프라가 촉발한 전력 가격 급등, 날씨로 인한 수급 불안정성 문제를 안고 있는 재생에너지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원전을 전진 배치하는 '에너지 대전환 원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영국은 지난해 11월 에너지 역량을 강화하고 기후 변화 목표를 맞출 방안으로 SMR 도입을 결정하고 북웨일스 앵글시섬의 윌파를 원전 부지로 낙점했다. 영국의 새 SMR은 최대 300만 가정에 공급할 수준의 전력을 생산해 2030년대에 전력망에 연결될 예정이다. 공사 기간 최대 3000개의 일자리도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영국은 자국의 항공기 엔진·자동차 제조사 롤스로이스가 SMR 설계를 주도하도록 했다. 롤스로이스는 영국 핵잠수함의 원자로를 설계·제작한 경험을 바탕으로 민수용 SMR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영국은 대규모 새 원전의 경우 다른 지역에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국영 기업인 'GB 에너지'에 2026년 가을까지 적절한 부지를 찾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선두주자였던 국가들도 원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벨기에 의회는 지난해 5월 새 원자로 건설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정부의 원전 부활 계획을 승인했다. 2003년 탈원전을 선언한 지 22년 만에 노선을 바꾼 것이다. 1985년 원전 금지법 만든 덴마크에서도 해당 법안을 폐지하자는 데 여야 의견이 일치했다. 풍부한 해상풍력을 바탕으로 전력 수요의 9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지만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국민 불안이 고조된 데 따른 변화다. 스페인은 2025년 4월 대정전을 겪은 후 2035년까지 원전 7기를 폐쇄하겠다는 기존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불붙었다.

세계 최초 탈원전 국가인 이탈리아 정부 역시 마지막 원전이 폐쇄된 지 25년 만에 원자력 기술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유럽 탈원전 정책을 주도해온 독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한 독일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선거공약에 폐쇄한 원전의 재활용을 검토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SMR과 같은 차세대 원전에 투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기 위한 정치적 결정으로 읽힌다.

세계 최고 원자력 강국인 프랑스는 2050년까지 최대 14기의 원자로를 새로 짓는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 중 6기는 이미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나온 상황이다. 핀란드는 세계 최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인 ‘온칼로’를 준공해 원전 지속 운영의 기반을 열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각국이 내놓은 대형 원전 신규 건설에 2050년까지 2410억 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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