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독점 중계한다. JTBC는 앞으로 2032년 브리즈번 하계올림픽까지 향후 7년간의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갖고 있다. 비지상파 방송사가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하는 것은 한국 방송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를 둘러싸고 지상파 3사(KBS, MBC, SBS)와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JTBC가 올림픽 중계 흥행에 성공해 방송사의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아니면 역대 방송사 최악의 선택으로 기록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 중계권은 지상파 3사가 결성한 협의체인 '코리아 풀(Korea Pool)'을 통해 공동 구매해왔다. 이는 과도한 중계권료 인상을 방지하고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한 일종의 신사협정이었다.
하지만 JTBC는 201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직접 협상을 통해 코리아 풀을 거치지 않고 독점 중계권을 따냈다. 같은 방식으로 JTBC는 2026년과 2030년 FIFA 월드컵 중계권도 확보했다.
JTBC는 보안을 이유로 IOC에 지불할 중계권료 액수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방송가에서는 최소 5000억원대, 최대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JTBC는 단독 중계권을 지상파에 재판매하면서 채널이 2개인 KBS에 1000억원 이상을 요구하고, MBC에는 500억원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고 시장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JTBC의 요구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송사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어려웠는데, 올해라고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JTBC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이탈리아와 시차를 생각하면 경기 시간대도 심야인데, 중계권료를 지불하고 광고 판매가 되지 않으면 1000억원 이상 적자를 볼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지상파 관계자도 "JTBC가 오만했다"며 "비싸게 팔려다 아무도 안 사게 됐는데, 이번에 크게 당하고 다신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코리아풀로 최대한 저렴하게 사도 적자를 면하기 힘든 상황인데, 가격은 가격대로 올려놓고 그걸 다른 방송사한테 부담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냐"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실제로 JTBC가 단독 중계권을 구입했다고 알려졌을 때부터 지상파 방송사들은 JTBC가 과도한 금액을 제시해 국부 유출을 초래하고 방송 생태계를 교란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방송협회는 성명을 통해 JTBC가 상업적 이익을 위해 국민의 무료 시청 권리를 박탈했다고 비판했다.
JTBC는 최근 열린 올림픽 중계 기자간담회를 통해 입장을 명확히 했다. JTBC 측은 지상파 중심의 중계 체제가 기술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유료 방송 가입률이 95%를 넘는 한국 상황에서 유료 방송 플랫폼을 통한 중계가 보편적 시청권 침해라는 논리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반박했다.
현행 방송법은 국민적 관심이 큰 스포츠 이벤트의 경우 국민의 90%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상파는 JTBC가 유료 방송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으나, 방송통신위원회는 그동안 종합편성채널 역시 보편적 시청 수단으로 인정해왔다.
다만 중계의 공공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올림픽을 공적 자산으로 보며 손실을 감수하고도 전 경기 중계를 지향하는 반면, 상업 방송인 JTBC는 광고 수익과 시청률 중심의 편성을 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JTBC는 간담회에서 "디지털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지상파보다 더 넓은 선택권을 제공하겠다"며 24시간 스트리밍 시스템과 AI 기반 하이라이트 제공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동계올림픽 중계를 위해 JTBC는 유례없는 파격 편성을 단행했다. 올림픽 기간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주말드라마 등 주요 드라마 라인업은 올림픽 중계가 집중되는 저녁 시간대를 피해 방송되거나 아예 대회가 끝난 후로 편성이 연기된다. 예능 프로그램 역시 대대적인 변화를 겪는다. JTBC는 이와 더불어 스포츠 전문 채널인 JTBC2와 JTBC Golf&Sports를 동원해 다채널 중계를 실현하며, 메인 채널에서는 주요 인기 종목과 한국 선수단 경기를 집중 배치한다는 전략이다.
JTBC의 이번 독점 중계는 향후 월드컵 등 다른 대형 이벤트 중계권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티빙(TVING)이 프로야구 독점 중계로 구독자수를 확보하고, 쿠팡플레이가 해외 스포츠 독점 중계로 자리 잡은 것과 같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스포츠 중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올림픽 역시 네이버가 무료 중계를 한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다만 JTBC가 막대한 중계료를 상쇄할 만큼 광고 매출을 얻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JTBC는 지난 5년간 적자의 늪을 벗어나기 위한 구조조정의 연속이었다. 2020년 192억원, 2021년 19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매출액 4136억원을 기록하며 4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잠시 반등했으나, 2023년 다시 584억원이라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위기를 맞았다.
2023년 말부터 약 80여 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임원진의 연봉 20%를 반납하는 등 고강도 비용 절감 대책을 시행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24년 적자 폭을 287억원으로 줄인 데 이어, 2025년에는 광고 시장이 약 20% 감소하는 최악의 여건 속에서도 흑자 전환했지만 "여전히 위기"라는 내부자들의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콘텐츠 제작 자회사인 SLL중앙(구 JTBC스튜디오)까지 매물로 내놓았다. SLL중앙은 2026년 3월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IPO 절차를 밟고 있으나, 시장 일각에서는 실적 부진과 높은 부채비율(약 170%)을 이유로 경영권 매각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SLL중앙의 기업가치는 1조원대 초중반으로 추산되지만,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을 고려하면 매각가가 1조5000억원 안팎은 되어야 협상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광고 시장은 이전보다 더 찬바람이 불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에 따르면 광고경기전망지수(KAI)는 101.7로 소폭 상승을 예고했으나 전년 동월 대비로는 99.4를 기록하며 소폭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통적인 TV 광고 매출은 연간 13.8%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온라인 및 OTT 광고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JTBC도 이를 인식하는 모습이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JTBC는 치열해지는 방송 시장 속에서 수익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스포츠 사업군과 함께 월드컵과 올림픽 중계라는 중요한 책무를 철저한 준비와 실행으로 완수하여 차별화된 중계를 시청자에게 선사하고, JTBC의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높여 달라"고 당부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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