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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유니클로도 꽂혔다…사람을 얻는 '장사 철학'

입력 2026-01-16 16:50   수정 2026-01-16 16:51


“신발이 예쁘긴 한데 제가 신어보니 많이 불편하더라고요. 저라면 이 돈으로 다른 걸 살 거예요.” 요즘 유행하는 신발을 사러 온 손님에게 가게 주인이 이렇게 말한다. 솔직한 그의 말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역설적이게도 상인에 대한 신뢰는 이런 순간에 쌓인다. 빈 손으로 돌아간 손님은 아마도 높은 확률로 이 가게를 다시 찾게 될 것이다.

신간 <장사의 철학>은 ‘상품’이 아닌 ‘진심’을 파는 상인이 될 때 비로소 오래 가는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진리를 전한다. 이는 단순한 도덕적 이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영의 핵심이다. 고객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장사는 신뢰를 얻고, 그 신뢰는 반복 구매로 이어지며, 결국 가게를 오래 살아남게 한다.

이 책은 ‘일본 상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구라모토 조지가 남긴 ‘장사 십계명’을 100편의 짧은 글로 정리했다. 1948년 일본의 상업 경영 전문지 ‘상업계’를 창간한 구라모토는 일본 전역의 상인들에게 “가게는 손님을 위해 존재한다”는 경영철학과 노하우를 전파했다.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 가나이 마사아키 무인양품 회장 등 일본 유통업계 거장들이 구라모토의 장사 십계명을 경영의 근간으로 삼았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야나이의 집무실에는 “가게는 손님을 위해 존재하며 직원과 함께 번창한다”는 문구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다. ‘상업계’ 편집장인 사사이 기요노리가 구라모토의 가르침을 쉬운 말로 풀어썼다.

구라모토는 장사의 목적이 “소비자의 행복을 키우는 것”에 있다고 정의한다.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겠다고 혈안이 되기 보다 고객의 기쁨을 늘리는 데 집중하라는 얘기다. 때로 고객에게 맞지 않는 물건을 팔지 않는 선택도 그가 말하는 올바른 장사에 포함된다. “손익 계산보다 선악 구별이 더 중요하다”. 구라모토가 강조한 장사의 제1 원칙이다.

고객 만족을 위해 상품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추는 것도 덕목이다. “상품 지식이 없는 판매원은 의학 지식이 없는 의사와 마찬가지로 위험할 뿐만 아니라 사회에 해를 끼치는 존재다.”

지나친 이윤 추구 역시 경계해야 한다. 고객의 이익을 보호하면서 주인의 이익도 놓치지 않는 적정 이윤을 설정하라는 것이다. 일본 생활 잡화점 무인양품이 속옷, 양말, 문구 등 일상생활에 밀접한 상품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는 것도 이러한 가르침에서 비롯됐다.

서비스 혁신도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연장선 상에 있다. 500여년 전 일본 교토에 문을 연 양갱 가게 도라야는 한 지점 앞에 양갱 자동판매기를 설치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직원을 상대하고 싶어 하지 않는 고객도 계실지 모르잖아요. 그런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고객을 대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되돌아봤습니다.”

반짝 유행에 기댄 제품이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시대. 책은 ‘장사치’가 아닌,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진짜 상인’의 정도(正道)를 제시한다. “지금이야말로 장사는 ‘감동 창조업’이라는 본래의 역할로 돌아가야 할 때다. ‘성실함’과 ‘배려’라는 덕의 뒷받침이 없는 장사는 진짜가 아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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