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로봇 분야의 글로벌 기업 화낙이 지난해 말 엔비디아와 손잡고 ‘피지컬 AI’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학습 기능과 화낙이 보유한 산업 현장 데이터를 결합해서다. 화낙은 다관절로봇과 협동로봇 ‘CRX’ 등을 앞세운 지능형 제조 로봇 분야 특허 출원 1위 기업이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 관계자는 “고급 제어 기술과 현장 데이터, 그리고 두터운 특허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피지컬 AI 구현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전략개발원 관계자는 “정교하게 집고, 빠르게 움직이며, 풍부한 동작을 보이는 것은 이미 경쟁이 치열하고 기술 축적도 많이 돼 있다”며 “피지컬 AI로 넘어가려면 로봇이 주변을 읽고, 예외 상황을 해석하고, 다음 동작을 스스로 선택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메라, 라이다, 초음파 같은 센서로 주변 물체와 움직임을 분석해 상황을 판단하는 ‘인지’와 인지 능력을 바탕으로 외부 환경에 맞춰 동작을 개선하는 ‘학습’이 중요한 두 가지 축이다. 특허전략개발원은 ‘적응형 제어’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경 데이터를 학습해 로봇이 동작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상황에 맞는 행동을 실시간 생성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야스카와전기의 로봇 ‘모토만’이 강화학습 기능을 도입해 동작 전환을 빠르게 하고 유연성을 높인 사례가 해당한다.
특허전략개발원에 따르면 다관절로봇 분야에서 ‘조작’과 ‘상호작용’(안전성) 관련 한국의 특허는 충분한 편이다. 그러나 ‘교감’(작업자 의도 이해)과 ‘학습’ 기술 국가 경쟁력은 하위권이다. 기술 주도력, 시장 확보 가능성, 특허 영향력 지수는 낮은 편인데 출원 집중도만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허 출원은 많지만 글로벌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핵심 특허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높지 않다. 학습 분야에서 국내 최다 출원 기업인 LG전자의 글로벌 순위는 10위에 그쳤다.
피지컬 AI의 진화는 연산 능력과 비례한다. 지금까지는 센서 데이터를 외부 서버로 보내 분석했지만 최근엔 연산을 센서나 로봇 내부로 끌어들이는 추세다. 센서 근처에서 바로 AI 처리를 수행하는 ‘온센서 AI’, 로봇 내부에서 추론하는 ‘온디바이스 AI’ 기술 등을 통해서다. 이렇게 하면 AI 로봇이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고 눈앞의 상황을 그때그때 판단해 움직일 수 있다.휴머노이드나 자율주행 자동차 같은 피지컬 AI 시스템에서 학습은 기본이다. 대량의 센서 데이터가 행동으로 이어질 때 그 결정의 기반이 되는 신경망 학습 품질이 시스템 전체 성능을 좌우한다.
AI 반도체 기술은 크게 산업 맞춤형 AI 반도체와 온센서 AI 반도체로 구분된다. 맞춤형 반도체는 작업 특성에 따라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나아가 뉴로모픽이나 프로세스인메모리(PIM) 구조를 포함하는 맞춤형 아키텍처로 설계된다. 구글 텐서프로세서(TPU)처럼 대규모 행렬 연산에 최적화한 애플리케이션특화집적회로(ASIC)나 다중 신호 스트림을 처리하는 필드프로그래머블게이트어레이(FPGA)도 포함한다.
온센서 AI 반도체는 센싱 단계에서 전처리를 수행해 외부로 보내는 데이터를 줄이고 지연율을 크게 낮춘다. 온센서 AI반도체 초소형 NPU와 이미지신호프로세서(ISP) 결합이 관건이다. 소니가 처음 상용화한 AI 비전 센서는 픽셀을 같은 칩에 통합해 소비전력을 낮추고 실시간 응답성을 높였다.
한국은 온센서 AI 반도체에서는 강점을 보이나 산업 맞춤형 AI 반도체에서는 글로벌 상위 10대 출원 기업이 한 곳도 없다.
산업 맞춤형 AI 반도체는 특허전략개발원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AI 반도체 특허 내 여러 기술 요소를 분석한 결과, 가장 높은 기술 중요도와 시장 확보력을 보이는 분야다. 특허전략개발원 관계자는 “온센서 기술만으로 ‘피지컬 AI 학습과 추론 품질 제고’라는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이는 피지컬 AI 전반의 성능 저하와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양산 기술 부족이라는 국가적 리스크를 떠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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