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휴대폰 왕국’으로 불리던 노키아는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이 등장한 뒤 쇠락한 것으로 인식된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노키아는 휴대폰만으로 3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비결은 특허다. 노키아는 자사 지식재산권(IP) 사업부인 노키아테크놀로지스가 보유한 특허를 바탕으로 라이선스 이익을 거두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휴대폰 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했지만 중요한 특허는 넘기지 않았다.
노키아 특허는 모바일 기기에 쓰는 표준필수특허(SEP)에 집중돼 있다. 2023년 기준 노키아는 약 2만 개 ‘특허 패밀리’를 구축했다. 5세대(5G) 통신망 SEP로 지정된 것만 5500건이 넘는다. 2023년엔 삼성전자와 5G 통신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다년간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 2000년 이후 1400억유로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기술을 축적해 온 결과다. 156억유로를 주고 2015년 인수한 프랑스 통신장비 기업 알카텔루슨트는 노키아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두텁게 만든 일등 공신이다. 미국 벨연구소의 주요 특허 3만여 개 역시 이 인수합병을 통해 확보했다.
통신과 인공지능(AI), 로봇이 결합한 ‘피지컬 AI’ 시대가 열리면서 세계 각국 기업이 기술 선점을 위해 특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의 특허 증가세가 가장 가파르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작년 발표한 ‘생성형 AI 특허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의 생성형 AI 관련 특허 출원은 총 3만8210건으로 같은 기간 세계 등록 특허의 70%를 웃돈다. 텐센트(2074건), 핑안보험(1564건), 바이두(1234건), 중국과학원(607건) 등 중국 기업과 기관이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위는 미국(6276건)이다.중국 로봇 기업은 특허뿐 아니라 양산과 상용화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 설치된 휴머노이드 로봇은 1만6000대를 넘어섰는데 상위 3개 제조사가 모두 중국 기업이다. 이 가운데 1위 애지봇은 지난해 X2와 G2 시리즈를 양산해 현재까지 5000대 이상을 출하했다. 유비테크의 휴머노이드 ‘워커’는 중국 최대 전기자동차 기업 비야디(BYD) 등 주요 기업 제조 공장에 투입돼 사람과 함께 조립·운반 작업을 한다. 중국이 연구개발-양산-현장 실증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 상용화에서 AI 로봇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상규 한국특허전략개발원 AI 특허전담관은 “AI는 매우 빠르게 변하는 시장이어서 권리가 발효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특허 출원이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면서도 “과거에는 중국의 중요 AI 특허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지만 곧 미국을 넘을 기세를 보이는 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원 주체의 다양성도 중국의 강점으로 꼽힌다. 권병기 특허전략개발원 국가전략기술특허지원팀 업무총괄은 “중국의 AI 특허 출원 흐름을 보면 기업과 대학, 기관이 협력해 출원하는 사례가 많지만 한국은 특정 소수 기업의 단독 특허가 대부분”이라며 “공급망 차원의 특허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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