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딥시크가 ‘가성비 AI’로 세계를 놀라게 한 지 1년이 됐다. 미국 AI에 비해 딥시크의 존재감은 높지 않지만 ‘딥시크 쇼크’는 중국 산업 지형을 바꾸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월 20일 딥시크가 개발해 출시한 R1이 낮은 개발비로 오픈AI 챗GPT와 버금가는 성능을 뽐내자 글로벌 AI 산업과 기술 패권 구도가 요동쳤다. 냉전 시대 옛 소련이 미국보다 먼저 인공위성(스푸트니크호)을 쏘아 올린 데 빗대 ‘중국판 스푸트니크 모멘트’란 말도 나왔다.
약 1년이 흐른 16일 중국 재계에 따르면 딥시크는 출시 1년 만에 중국인 일상에 깊이 파고들었다. 중국 최대 메신저인 텐센트의 웨이신과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는 검색 기능에 딥시크 모델을 적용했다.
중국 주요 병원 100여 곳은 딥시크를 의료 영상 분석과 의료 기록 정리에 활용하고 있다. 일부 의료진은 외래 환자 진료 때 딥시크 기반 AI를 활용한다.
항저우시와 선전시에선 딥시크를 활용해 민원 응대용 챗봇을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행정 문서 처리 업무에도 딥시크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는 자율주행과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딥시크를 접목했다. 자사 소프트웨어와 연동해 자율주행 판단·진단, 상호작용 부문에서 AI 기반 처리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딥시크가 단기간에 중국 전역에 파고든 건 ‘오픈소스’ 덕분이다. 오픈소스는 코드가 공개돼 수정과 재배포가 용이하다. 미국 AI와 다른 점이다. 기존 AI 모델이 연구 목적에 그친 것과 달리 딥시크가 서비스와 산업 현장에 빠르게 침투한 배경이다.
무엇보다 딥시크는 오픈소스 확산을 주도했다. 딥시크 이후 중국 빅테크가 줄줄이 오픈소스로 돌아섰다. 이렇다 보니 연구자와 기업도 들썩였고, 단순히 소비자용 챗봇을 넘어 AI 모델을 검증하고 뜯어보면서 응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됐다.
베이징 중관춘에서 AI 챗봇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한 중국인 기업가는 “딥시크는 AI 도입의 임계점을 확 낮췄다”며 “가격이 내려가면 부분 도입, 전사 확산 등의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산업계에서 더 이상 AI는 별도로 예산을 따내는 대상이 아니라 기존 서비스의 원가에 영향을 주는 일종의 부품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김종문 KIC중국 글로벌혁신센터장은 “딥시크 출현 이후 과거 미국 빅테크가 주도하던 고비용 AI 개발 패러다임에 도전해 가성비 모델로 중국만의 방식을 개척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해졌다”며 “중국의 기술 자립과 AI 주권 정책이 딥시크를 계기로 확고해졌다”고 했다.
‘제2의 딥시크 쇼크’를 꿈꾸며 지푸AI, 바이촨, 문샷AI 등의 AI 모델 경쟁도 이어졌다. 중국은 제조업 운영 방식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있다. 내년까지 제조업에 3~5개 범용 대형 모델을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제조업 전반에 공통으로 적용 가능한 AI 기초 플랫폼을 만들어 연구개발(R&D), 설계, 생산 공정, 운영·관리 등의 혁신을 일으킨다는 취지다.
다음달 딥시크의 차세대 AI 모델이 또 다른 충격파를 몰고 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R1이 지난해 춘제(중국 설) 직전 공개된 만큼 올해도 춘제를 전후해 새 모델이 깜짝 발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최근 블로그에 “지진 같은 충격이 또다시 중국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은 이달 초 공동 저자로 참여한 논문을 통해 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새 방법론을 제시하면서 후속 모델 공개를 예고하기도 했다.
세계시장에서 딥시크 영향력이 크진 않다. 올 1월 트래픽 기준 딥시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7%로 챗GPT(64.5%)나 구글 제미나이(21.5%)보다 한참 낮다.
다만 잠재력은 무시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사장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중국 AI 기업은 경쟁력 있는 저비용 오픈소스 모델과 대규모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미국 AI 기업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