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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된 '모빌리티 혁신'…버스대란 불렀다

입력 2026-01-16 17:51   수정 2026-01-17 01:03


서울 도심 교통을 마비시킨 이틀간의 버스 파업을 계기로 대중교통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버스 준공영제를 없앨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등 공공 부문은 비효율 노선에 집중하고, 민간 버스 사업자에게 돈이 되는 노선을 맡겨 자립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벤처업계는 대안형 모빌리티 생태계 육성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정 이익집단에 의존하는 현행 교통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 시민을 볼모로 잡은 청구서가 또다시 날아올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버스 파업으로 서울 시민이 ‘지옥철’로 몰려든 지난 14일 한 벤처캐피털(VC)의 C레벨이 SNS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타다를 죽인 나라가 받은 청구서: 대중교통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텅 빈 버스가 세금을 태우며 도로를 도는 비효율만 남았을 뿐, 인간 노동이 모빌리티산업의 최대 리스크임을 증명했다”며 “민간 자본으로 할 수 있었던 혁신을 인제 와서 막대한 세금으로 메우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의 시내버스 재정 지원 예산은 2019년 2915억원에서 지난해 4575억원(추정치)으로 57% 증가했다. 이 같은 수치는 도심 교통이 단일 축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현실을 단적으로 증명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파업 가능성 등 충격을 흡수할 대안형 모빌리티 같은 완충 장치를 갖추지 못한 도시는 시민 이동권을 볼모로 한 이익집단의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 취약성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벤처투자 등 자본이 모빌리티 생태계에서 빠르게 이탈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16일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2022년 123건에서 지난해 62건으로 반 토막 났다. 모빌리티 분야 벤처투자액은 같은 기간 1조2489억원에서 3550억원으로 급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모빌리티 투자액이 2022년 440억달러에서 2024년 540억달러로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K모빌리티 투자는 초하이리스크"…대안 교통 '씨앗'도 못 뿌린다
VC "모빌리티 성공 가능성보다 규제 리스크 설명해야 자금 유치"
“모빌리티 투자에 대한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 지난 15일 새벽 서울 시내버스 전면 파업에 서울시가 노조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결과가 나오자 벤처업계에선 이런 탄식이 터져 나왔다. 대형 벤처캐피털(VC) 대표는 16일 “모빌리티 섹터 기피 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기관투자가로부터 돈을 받으려면 성공 가능성이 아니라 규제 리스크부터 설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시민 이동권을 볼모로 삼은 특정 이익집단의 파업으로 도심 교통이 타격을 받는 상황이 앞으로도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0년 ‘타다 금지법’ 이후 플랫폼 기반 모빌리티 실험이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이번 ‘버스 대란’에 대한 미봉책이 결정타가 됐다는 지적이다.
◇ 모빌리티 분야 투자액 70% ‘뚝’
전문가들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대중교통의 파업 사태를 막으려면 ‘유연성 확보’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도시 교통이 버스, 택시, 지하철 같은 정부 예산과 밀접히 연결된 ‘제도권’ 단일 축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구조적 취약성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명예교수는 “버스 파업은 준공영제 도입 이후 사실상 연례적으로 반복된 문제”라며 “대체 수단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구조적 개편 없이 임금과 보조금 문제만 임시로 봉합하면 같은 충격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버스 대란’은 대중교통 공백을 흡수할 대안 교통수단이 부재하다는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서울시의 해결책이 투자업계에 부정적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VC 관계자는 “투자위원회 안건으로 올리기도 전에 내부 검토 단계에서 걸러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나마 자율주행처럼 인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면 투자 논리를 세우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대안 교통수단 생태계가 자리 잡지 못한 원인으로는 2020년 국회가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킨 것이 기폭제가 됐다. 플랫폼 기반 모빌리티 실험을 제도권 밖으로 밀어내면서 혁신 엔진이 꺼지고 있다는 얘기다. 벤처투자 분석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 투자액은 2022년 1조2489억원에서 2025년 3550억원으로 3년 새 71.5%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타다 금지법이 특정 서비스 퇴출 이상이라고 지적한다. 실험과 개선이 반복되면서 이뤄졌어야 할 혁신의 축적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한 모빌리티 스타트업 관계자는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와 지역을 파악하고, 기사 공급 방식이나 요금 구조를 조정하면서 데이터를 쌓아가야 하는데 그런 실험의 시간이 통째로 사라졌다”며 “혁신이 실패한 게 아니라 실패해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셈”이라고 말했다.
◇ 미·중은 혁신서비스 제도권 편입
이 같은 흐름은 해외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글로벌 모빌리티 분야 투자는 440억달러(약 64조원)에서 540억달러(약 79조원)로 오히려 늘어났다.

미국과 중국 주요 도시는 노선버스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호출형 셔틀, 수요응답형 교통(DRT), 자율주행 셔틀을 단계적으로 도입해왔다. 기존 노선과 분리된 구간이나 신도시, 산업단지부터 실증을 시작해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방식이다.

국내에선 자율주행 기술이 여전히 ‘쇼윈도 테크’로 불린다. 대중교통을 보완할 실질적 대안이 아니라 전시용 시범 사업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 실증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전면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것만 봐도 제도적 환경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는 “국내 모빌리티 투자는 이제 ‘초하이 리스크’ 영역으로 분류된다”며 “성공 가능성을 따지기 전에 언제 제도가 바뀔지부터 걱정해야 하는 산업이어서 장기 자본이 들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실험을 통해 개선할 수 있었던 기회가 사라졌다”며 “6년이 지난 지금 민간 혁신은 멈춘 반면 공공 비용만 늘어난 구조가 된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정훈/권용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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