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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자산가 행세 남편, 알고보니 전과자…사기 결혼 결말

입력 2026-01-17 09:54   수정 2026-01-17 09:55


'명문대 출신 자산가'라며 접근해 이른바 '사기 결혼'으로 수억 원을 가로챈 뒤 친족 간 재산범죄에 대한 처벌을 면제하는 '친족상도례 규정'을 주장한 사기 전과자가 결국 실형을 면치 못했다.

법원은 금품 편취만을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경우 혼인 자체가 무효라며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춘천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성래)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41)가 낸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24년 5월 혼인신고를 한 B씨로부터 모텔 인테리어 공사비 등의 명목으로 약 2억 원을 뜯는 등 같은 해 5월부터 7월까지 26차례에 걸쳐 총 4억60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B씨가 운영하는 주점에 드나들며 "유명 대학을 졸업해 대기업에 다니다가 현재 게임기기 임대업과 돈놀이를 하고 있다", "아파트를 현금으로 매입해 거주 중이다", "모텔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말하는 등 고학벌 자산가 행세를 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허위였고, A씨는 여러 차례 사기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전과자였다.

A씨는 차용증 작성을 요구하는 B씨에게 "내가 도망가면 아무 의미가 없으니 혼인신고를 하면 모텔 준공 뒤 명의를 넘겨주겠다"며 혼인신고를 했다. 이후 혼인신고 약 2개월 만에 2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가로챘다.

진실을 알게 된 B씨의 고소로 법정에 선 A씨는 "설령 사실과 달리 거짓말을 한 부분이 있었더라도 이는 피해자에게 이성적으로 잘 보이고 싶은 욕심에 기인한 것이지 사기를 칠 목적으로 한 행위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또 2024년 5월 30일 피해자와 혼인신고를 한 법률상 부부이므로,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2024년 6월 27일까지의 범행은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가 금품 편취만을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을 뿐, 부부로서 실질적인 결합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혼인 자체를 무효로 판단했다. 결혼식이나 신혼여행을 하지 않았고, 주민등록상 한 세대를 이룬 적도 없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1심은 혼인이 무효인 사기 결혼의 경우에는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모든 범행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심각한 재산 피해를 보았을 뿐 아니라 혼인무효소송 등 법적 절차까지 진행해야 하는 등 정신적·재산적 피해가 막대하다"며 "피해자의 정당한 변제 요구에도 욕설하거나 조롱하는 말을 했고, 법정에서도 범행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으며, 용서를 구하지 않는 등 반성하고 있다는 정황을 찾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원심 판단에 사실 오인이나 법리 오해가 없고, 양형을 변경할 사정도 없다"며 A씨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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