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현지시간) 포르투갈 포르티망 모르가도CC. 이날은 이시우 코치가 이끄는 빅피쉬골프아카데미의 공식 휴식일이었다. 원래 일요일이 정기 휴일이지만, 토요일 비 예보가 잡히면서 휴일을 하루 앞당겼다. 선수들에겐 모처럼 숨을 고를 수 있는 날이었다.
하지만 예보와 달리 아침부터 해가 쨍쨍하게 뜨자 풍경이 달라졌다. 박지영과 배소현 등 일부 선수들은 골프백을 메고 드라이빙 레인지로 출근했다. 쉬는 날에도 몸이 먼저 반응한 듯했다. 이들을 지도하는 이시우 코치 역시 자연스럽게 레인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를 피해 당겨 둔 휴식일은 맑은 날씨 앞에서 다시 훈련의 하루로 바뀌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통산 10승에 빛나는 박지영은 샷 점검으로 하루를 마치지 않았다. 샷 리듬을 확인한 뒤 곧바로 코스로 나가 연습 라운드까지 소화했다. 그는 “다음 주 내내 비 예보가 있어 맑은 날 라운드할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다”며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유동적으로 휴식을 취하면 된다”고 말했다. 휴식일에도 경기 감각을 유지하려는 루틴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물론 휴일을 온전히 즐기는 선수들도 있었다. 선수마다 휴식의 방식과 루틴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지훈련 초반 맹훈련 여파로 전날 손에 물집이 잡혀 고통을 호소했던 박현경은 이날 오전 휴식을 취한 뒤 오후에만 간단히 샷을 점검을 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부인 엡손투어에서 뛰는 김경미(애니 김) 등 일부 선수는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해변으로 향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이시우 코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긴장을 풀고 컨디션을 조율하는 것 또한 전지훈련의 중요한 일부”라고 강조했다.
박지영 역시 ‘꿀 같은 휴일’을 훈련에만 몰두하며 보내지는 않았다. 연습 라운드를 마친 그는 늦은 오후 포르티망 시내의 대형 쇼핑몰로 향했다. 전지훈련 중 생활에 필요한 식료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그는 “주말은 마트에서 장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라며 “쉴 수 있을 때 쉬는 것도 한 시즌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주말에는 휴식일을 이용해 인근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다녀왔다고도 했다.
전지훈련 휴식일의 풍경은 이렇게 갈렸다. 누군가는 해가 뜨자 레인지로 나가 감각을 붙잡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몸을 쉬게 하거나 생활을 정비하며 다음 훈련을 준비했다. 방식은 달라도 목적은 같다. 새 시즌을 향해, 하루라도 더 나은 컨디션으로 출발하기 위해서다. 해가 뜨면 나가고, 필요하면 쉬는 것. 휴식까지 설계하는 것이 프로들의 겨울이다.

포르티망=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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