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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하다는 소문 듣고 왔어요"…암울한 현실에 점집 찾는 2030

입력 2026-01-18 17:22   수정 2026-01-19 00:54

지난 7일 오후 5시께 서울 서교동의 한 점집. 사주, 타로, 신점 등을 보는 이곳에서는 8명이 번호표를 받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10시까지 영업하지만 이날 접수는 이미 마감됐다. 안내 직원은 “용하다고 소문 난 선생님을 만나려는 젊은 손님들이 오전 7시부터 줄을 선다”며 “언제 방문하든 기본 4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새해를 맞아 사주, 신점 등 운세를 점치려는 청년이 늘고 있다. 오프라인 점집뿐 아니라 스마트폰 앱이나 인공지능(AI) 서비스를 활용하는 청년도 적지 않다. 취업난 등에 시달리는 2030세대가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역술과 점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늘어나는 운세 앱 사용자
18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운세, 사주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 점신의 지난해 12월 월간활성이용자(MAU)는 79만4849명으로 집계됐다. 전달(70만8814명) 대비 12.1% 늘어난 수치다. 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스텔러의 12월 MAU는 62만9050명으로, 전달(58만2182명)보다 8% 증가했다.

이들 앱의 주요 이용층은 2030세대다. 지난달 기준 2030 이용자가 점신 전체 MAU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6%에 달했고 포스텔러 역시 57% 수준이었다. 모바일 앱뿐만 아니라 챗GPT,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를 활용해 사주나 운세를 보는 청년도 많다.

청년층이 이처럼 점집과 운세 앱으로 몰리는 것은 암울한 현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신년 사주를 보기 위해 역술인 상담을 예약했다는 직장인 이모씨(27)는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불경기 탓에 회사는 어려운데 내집 마련이나 이직 등이 가능할지 근심·걱정이 크다”며 “쥐구멍에 볕들 날이 언제쯤 찾아올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사주를 본다”고 말했다.
◇“사주나 신점 맹신 경계해야”
취업에라도 성공한 이씨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거나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 또는 ‘취업준비자’ 상태에 머물러 있는 2030세대는 지난해 11월 기준 158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2만8000명 늘어난 수치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 11월(173만7000명) 후 4년 만의 최대 규모다.

고용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1인 이상 종사자 사업체의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채용 계획 인원은 46만7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만4000명(12.1%) 줄었다.

서울 화양동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역술가 최모씨(64)는 “예전에는 연애운을 묻는 청년이 많았다면 요즘은 취업운이나 금전운을 상담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단순한 운세보다 어떤 선택을 해야 상황이 나아질지 조언을 구하는 청년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전문가들은 사주나 역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AI 발전으로 인한 노동 환경 변화와 취업난 등이 맞물리면서 갈 곳을 잃은 청년들의 불안한 정서가 점집 호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어쩌다 한번 재미로 보는 수준을 넘어 중대한 의사 결정을 위해 사주나 신점을 맹신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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