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여행자 면세 이야기만 나오면 꼭 따라붙는 질문이 있다. 아이도 면세한도 800달러가 되느냐는 질문이다. 어린이도 되냐, 갓난아이도 되냐는 말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된다.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 800달러는 나이 기준이 아니라 입국자 1인 기준이다. 성인이든, 어린이든, 갓난아이든 입국한 사람이라면 원칙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부분은 규정도 분명하고 계산도 어렵지 않다.
문제는 계산이 끝난 다음이다. 아이도 800달러가 된다면 부모가 해외에서 산 물건을 아이 한도에 나눠 넣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바로 나온다. 솔직히 이 생각 자체가 이상한 건 아니다. 아이도 입국했고 사람 수에도 포함되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어린이나 갓난아이가 해외에서 직접 물건을 고르고 결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부모가 고르고 부모가 산다. 그래서 세관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런 말이 나온다. “부모가 사줬어요.” “가족이 같이 쓰는 물건이에요.”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면세 설명으로는 가장 애매한 말들이다. 세관은 누가 결제했는지에 큰 관심이 없다. 누가 들고 들어왔는지도 본질은 아니다. 세관이 보는 건 딱 하나다. 이 물건을 실제로 누가 쓰느냐, 그 사람이 누구냐는 점이다. 여행자 휴대품 면세는 사람 수를 나눠서 계산하는 제도가 아니라 물건 하나하나를 놓고 실제 사용자를 확인하는 구조다.
그래서 “부모가 사줬다”는 말은 출발점일 뿐이다. 이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세관은 거의 예외 없이 질문을 하나 더 던진다. “그래서 이 물건을 실제로 누가 쓰나요?” 이 질문에 답이 바로 나오지 않으면 그 순간부터 설명은 길어지고 판단은 불리해진다. 아이 면세한도가 깔끔하게 인정되는 경우는 단순하다. 그 물건이 아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될 때다. 아이 옷, 장난감, 학용품, 유아용품처럼 아이가 실제로 사용하는 물건이라면 부모가 결제했든 부모 가방에 들어 있었든 문제 삼지 않는다. “아이 전용이에요” 이 말이면 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경계를 넘는 순간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아이 이름으로 들어왔지만 누가 봐도 부모가 쓰는 물건일 때다. 이때 세관은 더 이상 계산을 하지 않는다. 왜 굳이 아이 한도를 썼는지, 왜 이 물건이 아이 이름으로 들어왔는지를 묻기 시작한다. 이 질문이 나오는 순간 이미 수월한 구간은 끝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여기서 가장 위험한 말이 나온다. “가족이 같이 써요.” 일상에서는 너무 자연스러운 말이지만 세관 앞에서는 거의 최악의 표현에 가깝다. 이 말은 곧 실제로 쓰는 사람이 특정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누가 주로 쓰는지, 누가 관리하는지, 누가 결정권을 가지는지가 전부 흐려진다. 세관은 이런 상황에서 절대 호의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실제 사용자가 특정되지 않으면 가장 보수적으로 본다. 결국 결론은 하나로 모인다. “그럼 부모가 쓰는 물건이네요” 그래서 아이 면세한도를 적용하고 싶다면 “가족이 같이 쓴다”는 말은 설명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 불리한 신호를 보내는 말에 가깝다.
“선물이에요”라는 설명도 비슷하다. 선물이라는 말은 물건의 이동 이유를 설명할 뿐 실제 사용자가 누구인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세관은 다시 같은 질문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누가 쓰나요?”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이 없으면 면세 논리는 그 자리에서 힘을 잃는다.
아이 물건을 부모 가방에 넣어 들어오면 문제가 되느냐는 질문도 자주 나온다. 이건 간단하다. 가방은 본질이 아니다. 아이 옷이 부모 캐리어에 들어 있다고 해서 부모 옷이 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위치가 아니라 사용이다. 아이 물건이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부모가 쓸 물건이 부모 가방에서 나오면 그 순간 판단은 매우 빠르고 단호해진다.
이 기준은 어린이에서 갓난아이로 내려갈수록 더 분명해진다. 제도상 어린이와 갓난아이에게도 면세한도는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연령대가 사용하는 물건의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다. 의류, 장난감, 학용품, 기저귀, 분유, 젖병처럼 누가 봐도 아기가 쓰는 물건만 인정된다. 갓난아이 이름으로 고가 물품이 나오면 세관 질문은 하나로 정리된다. “이 아이가 이 물건을 언제, 어떻게 쓰나요?” 이 질문에 바로 답이 안 나오면 면세 논리는 바로 흔들린다.
그리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예외가 있다. 미성년자에게는 담배와 주류 면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건 한도 계산의 문제가 아니다. 법 구조의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성년자에게 담배와 술을 판매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다. 즉 미성년자가 실제 사용자가 될 수 없는 물건이다. 그래서 “아이 한도로 들여왔다”, “가족이 같이 마신다”, “선물이다” 같은 설명은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 실제 사용자가 미성년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세관은 해당 물품의 사용자를 부모나 성인으로 본다.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정리하면 단순하다. 아이도 800달러 면세는 된다. 하지만 아무 물건이나 되는 것은 아니다. 부모가 사줬다는 말은 잘못이 아니다. 다만 그 말이 면세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가족이 같이 쓴다는 말은 오히려 판단을 불리하게 만든다. 요즘 세관은 숫자를 먼저 보지 않는다. 묻는 건 하나다. 이 물건을 실제로 누가 쓰느냐. 이 질문에 망설임 없이 한 사람을 특정해 말할 수 있으면 면세는 유지된다. 그 답이 흐려지는 순간, 면세도 같이 흐려진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변병준관세사(조인관세사무소 대표 관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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