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년 안에 인공지능(AI)으로 이익을 내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버블이라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는 겁니다.”
이주완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는 “AI 기업들은 현재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일단 데이터센터부터 만들어 놓고 나서 나중에 수익을 어떻게 실현할지 생각해보자는 스탠스”라고 지적했다.
아직은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데 큰 투자금을 쏟아붓는 단계인 만큼, AI 기업이 당장 수익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시점이다. 하지만 하드웨어가 모두 구축된 이후의 수익 모델과 핵심 고객을 명확히 찾지 못했다는 게 ‘AI 버블론’이 거듭 불거지는 배경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전력 인프라, 기업의 재정 문제를 다 해결한다고 치더라도 ‘고객이 있을 것이냐’가 가장 큰 문제”라면서 “챗GPT와 같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구조로는 그 많은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한다. 기업 간 거래(B2B) 모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제기되는 AI 거품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해하기 쉽도록 고속도로에 비유해보겠습니다. 앞으로 교통량이 많이 생길 것 같은 곳에 누군가 고속도로를 건설하기로 했다고 생각해보세요. 도로를 완성하기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이 기간 동안 돈은 누가 벌까요. 건설사가 벌겠죠. 고속도로 주인은 한 푼도 못 벌고 돈을 쓰기만 합니다. 현재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는 AI 산업도 마찬가지 구조입니다.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AI 칩이 팔리기 시작했고, 올해 3년째를 맞이했거든요. 고속도로가 완공이 안 된 지금과 같은 시점에선 AI 기업이 돈을 못 버는 건 당연합니다. 아직은 AI 버블론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다만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업의 역할이 곧 끝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합니다. 마치 고속도로가 완공되고 나면 건설사의 역할이 끝나는 것처럼요. 그렇기에 SK하이닉스가 내년에도 계속해서 100조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입니다.”
고속도로가 다 건설되고 나면, 그 시점부터는 AI 기업이 일종의 ‘통행료’를 받을 수 있을까요. 실제로 수익 실현이 가능할지 궁금합니다.
“AI 기업들은 현재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오픈AI의 챗GPT 외에는 AI 비즈니스를 대중적으로 상용화한 사례가 없죠. 시장 점유율 80%인 오픈AI조차도 적자입니다. 9억 명의 고객을 확보한 기업도 이런데, 다른 AI 기업들은 어떤 상황이겠어요. 일단 데이터센터부터 만들어 놓고 나서 나중에 수익을 어떻게 실현할지 생각해보자는 스탠스잖아요. 아직은 고속도로의 주인들이 돈을 못 버는 시점이니 조금만 기다려보자는 유보적인 시각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사실 AI 산업의 미래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합니다. 기업 경영은 현실이에요. 빅테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다음 투자 시즌이 오기 전까지 투자비를 회수해야 됩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이사회의 권한이 절대적이거든요. 창업주도 해임될 수 있죠. 결국 CEO는 실적으로 평가받을 텐데, 기업이 기다려줄 수 있는 시간이 짧게는 3년, 길어야 5년입니다. 더군다나 투자비를 회수한다는 의미는 매출이 아니라 이익의 개념이죠. 3~5년 안에 AI로 이익을 내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버블이라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는 겁니다.”
투자비를 회수할 시점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거네요.
“왜냐하면 아직까지도 실체가 없는 시장이니까요. 휴머노이드의 세상이 올 거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럼 몇 년도쯤 되면 모든 가구에 가정용 휴머노이드가 보급될 수 있을까요. 정확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죠. 50년 뒤에 실현될 수 있는 미래를 두고 지금 어마어마한 투자비를 퍼붓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공상과학 소설과 큰 차이가 없어요. 그럴듯하게 스토리텔링을 했을 뿐이죠. 지난 1년간 로봇, AI 관련주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한마디로 인해 크게 올랐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10년 뒤에 AI를 통한 매출이 지금 데이터센터 매출의 1%나 될 수 있을까요. 단지 투자자들을 위한 레토릭인 거죠.”
엔비디아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세요.
“엔비디아도 AI 칩으로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지난해부터 이어진 젠슨 황 CEO의 행보를 떠올려보세요. 지난해 초 CES에서 갑자기 피지컬 AI를 들고 나왔죠. 데이터센터로 돈을 벌던 기업이 갑자기 피지컬 AI가 유망하다며 띄우기 시작했어요. 1년 뒤인 올해 CES에서도 똑같이 피지컬 AI를 강조하며 벤츠와 손잡고 자율주행차를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코스모스와 네모트론이라는 두 개의 솔루션을 내놨습니다.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뜻입니다. AI 칩이 아닌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거죠. 이제 고객들이 자금 부족으로 AI 칩을 못 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스탠스를 완전히 바꾼 겁니다. 과거에는 고객의 줄을 세워 가며 팔던 AI 칩을 이제 오픈AI, 오라클 등에 투자까지 단행하며 판매하려고 하고 있죠. 심지어 얼마 전에는 한국에도 방문했습니다. 이른바 ‘깐부 회동’이 성사된 것을 보며 많은 이들이 열광했잖아요. 그런데 저는 엔비디아가 얼마나 다급했으면 한국까지 방문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엔비디아의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걸 내부적으로는 더 민감하게 보겠죠. 그러니 계속해서 외부에 씨앗을 뿌리고 있는 겁니다. 우리에게 다른 미래 먹을거리도 존재하니 떠나지 말라는 사인을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거죠.”
반도체 경기가 슈퍼사이클(장기 호황기)에 접어들었다는 표현을 많이 쓰던데요.
“2018년에 똑같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이야기가 나온 지 6개월 만에 반도체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것은 애초에 없습니다. 이미 하강하는 흐름으로 갔어야 하는 시점이었지만, 이번에는 AI로 인해 업사이클이 조금 길어진 것뿐이에요.”
그럼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상승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일단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지난해보다 좋을 겁니다. 반도체 가격이 높이 올라가 있잖아요. 가격이 그대로 유지만 돼도 지난해보다 훨씬 좋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높은 환율의 영향도 굉장히 크죠. 문제는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밸류에이션은 성장성을 바탕으로 판단해야 하는데요. 현재 고평가라고 봅니다. 다만 지금 주가는 심리와 유동성에 의해 올라가고 있어요. 실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범위까지 주가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오른다고 논리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는 피크를 찍고 떨어지기 시작할 텐데요. 엔비디아의 매출 증가율이 50% 아래로 떨어지는 시점이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엔비디아의 매출 증가율이 올 3분기에는 50%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어요. 지난해 3분기 실적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기저효과로 인해 올해는 상대적으로 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쯤 되면 빅테크 기업의 투자 둔화도 가시화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에 성장률이 높을 수가 없는 상황일 겁니다. 이 밖에도 예상할 수 없는 대외적인 요인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체질이 튼튼하면 바람이 불어도 미풍이 되지만, 지금 반도체 회사들의 주가와 실적은 허약한 나무에 가깝습니다. 삼성전자의 진짜 실력은 반도체 가격이 하락해서 정상화됐을 때 영업이익률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봐야 알 수 있거든요.”
앞으로 AI 반도체 시장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매력도가 점차 떨어질 겁니다. 전력 소모가 많고 비싸기 때문이죠. AI 초기에는 비싸도 일단 성능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이렇게 되면 시장이 클 수가 없습니다. 성능이 좀 떨어져도 가격이 저렴한 양산형 모델이 나와야 해요. 그러려면 HBM은 비싼 모델에 제한적으로 쓰고, 양산형 모델에는 DDR(Double Data Rate)을 써야 합니다. 딱히 AI를 위한 반도체가 아니라, 기존 메모리를 쓰겠다는 이야기예요. AI라는 특수가 없어진다는 거죠. DDR 경쟁력이 더 중요해질 겁니다. 엔비디아도 똑같은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블랙웰, 베라 루빈은 지나치게 비싸잖아요. 고객 수요가 떨어질 거라는 사실을 엔비디아도 알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게이밍 노트북에 들어가는 그래픽 카드인 RTX의 성능을 높여서 중저가 AI 칩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죠. 더 이상 AI 칩의 가격을 올리기는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패키지가 중요해집니다. 같은 성능의 칩이라도 패키지단에서 속도, 발열, 전력 소모 등에 변화를 줄 수 있거든요. 저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 어디가 그나마 유망하냐고 묻는다면 후공정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기업이 아닌 AI 기업에 투자한다면 어디가 좋을까요.
“주식 투자는 선행적인 만큼, AI에 투자하고 싶다면 올해 안에 손바꿈을 해야 합니다. 워런 버핏은 은퇴하기 직전에 엔비디아를 팔고 구글을 사는 선택을 했습니다. 손정의 회장도 애플을 팔고 오픈AI를 샀죠. 누가 더 나은 투자를 했는지는 1~2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오픈AI가 과연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의구심을 표현합니다. 흑자 전환할 때까지 오래 버틸 수 없을 것 같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하드웨어 건설이 끝났을 때 돈을 벌 수 있는 후보군을 가려내는 기준으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AI를 제외하고도 버틸 수 있는 캐시플로가 있는가, 또 하나는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확보한 기업인가.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한 기업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죠. 아마존, 오라클, 오픈AI 등은 그 두 가지 요건을 다 갖고 있진 않기 때문에 조금 뒤처진다고 봅니다.”
AI 산업 성장의 걸림돌이 될 만한 또다른 요소가 있을까요.
“전력 인프라, 기업의 재정 문제를 다 해결한다고 치더라도 ‘고객이 있을 것이냐’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B2C로 운영하는 챗GPT의 비즈니스 구조로는 그 많은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해요. 어마어마한 규모로 돈을 벌 수 있는 B2B 모델이 있어야 합니다. 그만큼 큰돈을 쓸 수 있는 건 기업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기업이 원하는 AI의 수준이 챗GPT 정도는 아닐 거란 말이에요. 훨씬 수준 높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이런 솔루션이 없습니다. B2B 서비스로 기업을 만족시키기엔 AI의 수준이 아직 너무 낮다는 게 딜레마죠. 지금의 챗GPT는 ‘리포트를 써야 하는데 이 내용 좀 작성해줘’라는 지시를 소화하는 정도인데, 기업 경영 전략이나 재무 분석까지 해주기는 무리인 단계입니다. 더군다나 AI가 학습하기 위해서는 기업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기업이 내부 자료를 제공해줄리 없죠. B2B 모델을 완성하는 데 큰 한계가 존재하는 겁니다. 엉터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AI의 완성도는 결국 기업이 큰돈을 들여 구매할 만한 수준에 못 미칠 겁니다. AI 시장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이런 부분들일 수 있습니다.”
향후 AI 비즈니스 모델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가장 현명한 방향은 구글 같은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구독하면서 솔루션을 직접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바이오 산업은 신약을 개발하려면 10~30년이 걸리는데, AI가 가능한 모든 조합을 추려줄 수 있잖아요. 비용과 기간을 기존의 10분의 1,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거죠. 기업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서 좋은 솔루션을 개발하고, 하드웨어는 빅테크의 것을 구독해서 쓰는 겁니다. 구글과 테슬라의 협업도 생각해볼 수 있죠. 구글도 웨이모를 갖고 있잖아요. 테슬라가 구글 TPU를 구독하면서 구글 솔루션팀과 협업한다면 어떨까요. 구글은 수익을 낼 수 있을 테고, 테슬라는 짧은 기간 안에 하나의 솔루션을 완성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구조가 제가 생각하는 AI의 선순환 비즈니스입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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