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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환 회장, 스틱 경영권 지분 美 미리캐피탈에 판다

입력 2026-01-20 16:11   수정 2026-01-20 16:29

이 기사는 01월 20일 16:1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이하 스틱인베)를 창업한 도용환 회장(사진)이 보유 중인 지분 11%를 2대 주주인 미국계 투자사 미리캐피탈에 매각한다. 얼라인파트너스 등 행동주의 펀드 연합의 파상 공세 속에 더이상 경영권이 외풍에 흔들리는 것을 막고 실리를 챙기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도 회장은 이날 보유한 스틱인베스트먼트 주식(13.44%) 중 11.44%를 미리캐피탈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가는 현재 시가보다 20% 가량 높은 1만2600원에 책정됐다. 이번 매각으로 도 회장은 60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도 회장은 일선에서 은퇴하지만 지분 2%를 보유한 주주로 남아 경영상 조언을 주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 거래로 미리캐피탈은 기존 보유분(13.52%)에 더해 지분율 약 25%를 확보하며 확고한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경영진에 대한 컨설팅과 액티비즘을 결합한 '컨설타비스트(consultavist)' 전략을 표방하는 미리캐피탈은 과격한 경영권 분쟁보다 중장기적인 주가 상승을 꾀하는 행동주의펀드로 꼽힌다. 2023년 8월 스틱 지분 5.01%를 취득하며 처음 등장했다. 2021년 코스닥 상장사 위세아이텍을 시작으로 지니언스, 유수홀딩스, 케이아이엔엑스, 가비아, 인포바인 등 중소형사에 주로 투자해왔다.



판세가 흔들린 건 올해 3월 공격적인 행동주의 전략을 펴는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7.63%)가 합류하고 페트라자산운용(5.09%)까지 가세하면서다. 이들은 수면 아래서 대주주와 대화해오던 미리캐피탈과 달리 기존 경영진에 공개 주주 서한을 보내며 경영진에 대한 압박에 돌입했다.

미리캐피탈 측이 얼라인 연합으로 합류하면 이들의 지분율은 26%를 넘겨 도 회장 측(약 19%)을 압도하게 되자 경영권 방어를 두고 비상이 걸렸다. 스틱 경영진은 보유한 자사주 12.31%를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려 했지만 주주가치를 침해한다는 행동주의 연합 측의 반대로 성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말 은퇴를 결정한 도 회장은 차기 경영진이 경영권 분쟁의 외풍을 끝내기 위해선 미리캐피탈로 지분 매각이 최선이라는 판단하에 경영권 매각을 결정했다. 여러 잠재 후보자들의 인수 제안이 있었지만 지금의 지분율 구도하에선 제3자 매각 후에도 분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매각으로 미리캐피탈의 지분율은 25% 수준까지 올라가면서 경영권 분쟁도 사실상 종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틱의 보유 포트폴리오와 인력 역량에도 주가가 만성 저평가를 겪고 있다고 판단한 미리캐피탈도 본격적인 밸류업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스틱이 △이사회 구성 다변화로 전문성 및 독립성 제고 △차세대로의 경영 중심축 이동 플랜 마련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것도 미리캐피탈 인사 중심의 이사회 구성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국내 PEF 사정에 밝지 않은 미리캐피탈 입장에서도 도 회장을 제외한 기존 경영진을 유지하거나 대우하는 방식의 '당근'을 제시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출자자(LP) 및 내부 임직원들의 동요를 잠재우는 것이 마지막 관건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PEF 운용사의 대주주 변경은 LP들의 전원 동의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스틱에 출자한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사학연금 등 등 주요 LP들이 외국계 자본으로의 대주주 변경을 '키맨 리스크'로 간주해 자금 집행을 보류하거나 펀드 청산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미리캐피탈도 채진호 PE본부 대표 등 기존 스틱 운용역들이 그대로 남아 경영을 이끌 것이란 확약을 LP들에게 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다만 승계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해 핵심 인력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업계에선 거론되고 있다.

도 회장은 올 초 용퇴 계획을 공식화한 데 이어 보유지분까지 전량 매각하면서 토종 PEF 1세대 창업자의 행보를 마무리했다. 그는 1996년 신한생명 투자운용실장을 지내다 퇴사한 후 스틱투자자문을 차려 창업에 나섰다. 3년 뒤엔 스틱인베의 전신인 스틱IT투자를 세워 벤처붐을 타고 규모를 키웠다. 정부가 ‘토종 사모펀드를 육성한다’며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법을 통과시키자 이 시장에 뛰어들어 2006년 첫 PEF를 조성했다. 이후 중견기업 경영권 인수(바이아웃), 스페셜시추에이션(특수상황) 펀드 등 다양한 자산군으로 확장해 총 운용자산(AUM) 10조 5000억 원의 초대형 운용사로 키워냈다.

차준호 / 송은경 / 박종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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