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 월가의 대표 이코노미스트들이 미국 경제가 일자리 없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기업들의 생산성이 올라가면서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고소득층이 소비를 통해 미국 경제를 이끌면서 실제 경제가 성장해도 미국인들이 체감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전미소매협회(NRF) 2026’에서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인스티튜트의 데이비드 틴슬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현재의 미국 경제 상황을 풀어냈다.
이날 행사는 마크 매튜 NRF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진행으로 열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 2025년을 돌아보면 어떤 해였다고 평가하십니까.
▷마이클 피어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지난해에는 몇 가지 놀라운 일이 있었습니다. 정책이 경제 전망에 이처럼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해는 없었습니다. 지난해 4월 ‘해방의 날 관세’라는 매우 극단적인 상황을 경험했습니다. 이후 일부 낮아지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관세 수준은 저희가 전망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상태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경제 전반에서는 매우 강력한 인공지능(AI) 붐이 전개됐습니다. 저희가 추정하기로는 디지털 기술 전반에 대한 투자가 국내총생산(GDP) 비중 기준으로 닷컴 버블 정점 당시보다 더 큽니다. 이는 성장의 매우 큰 동력으로 부상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주식시장의 매우 강한 상승세가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또 하나의 회복력 있는 해였다고 평가합니다.”
▶ AI 매출 규모와 투자 수준을 보면 향후에 대한 우려는 없으십니까.
▷마이클 피어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 정도로 투자 급증이 나타났는데, 그에 따른 문제나 부정적인 후폭풍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 경제 전체 차원에서 문제가 될 것이냐는 점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AI 붐의 비교적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자금 조달 구조를 보면, 닷컴 버블 당시와 달리 현재 투자는 주로 기업의 이익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부채에 의존하는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궁극적으로 이 기술이 글로벌 경제에서 실제로 얼마나 유용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산업 전반과 부문 전반에서 AI 도입 속도가 계속 빨라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저희는 여전히 S자 곡선의 초입에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향후 몇 년을 내다볼 때는 우려 요인이 될 수 있지만, 2026년에 가장 우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 2025년 연말 소비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데이비드 틴슬리 BofA 수석 이코노미스트
“소비는 10~12월 기간 전년 대비 4.7% 증가했습니다. 많은 분이 ‘그 증가가 가격 상승 때문 아니냐’고 묻는데, 거래 건수, 즉 카드 결제량을 보면 구매 물량 자체도 4.1% 증가했습니다.
소득 계층 간 K자형 소비 패턴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다만 연말 소비에 한해서는 저소득층 소비자들도 상당히 견조한 지출을 보였습니다.”
▶ 최근 ‘K자형 경제’에 대한 논의가 많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마이클 피어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K자형 경제’는 저희가 경제와 소비 전망을 논의할 때 점점 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올해 미국 경제가 약 2.8%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당히 좋은 성장률입니다.
그러나 이런 수치는 많은 사람의 체감과는 잘 맞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경제와 특히 소비가 뚜렷하게 양분돼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거의 ‘일자리 없는 확장’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관세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만들어 실질소득에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동시에 AI 관련 주식 상승으로 금융자산이 크게 늘었습니다. 현재 금융자산은 가처분소득의 2.5배 수준으로, 닷컴 버블 정점 당시의 1.5배보다 훨씬 큽니다.
다만 이 자산은 매우 불균등하게 분배돼 있습니다. 주로 고령층과 고소득층이 이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이 소비를 늘리고 있습니다. 최근 6~12개월간의 소비 증가 상당 부분은 이들 계층에서 나왔습니다. 중·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습니다.”
▶ 임금 흐름에서도 같은 (K자형)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까.
▷데이비드 틴슬리 BofA 인스티튜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렇습니다. 계좌로 유입되는 소득 데이터를 보면 동일한 그림이 나타납니다. 최근 12월 기준으로 고소득층의 임금 증가율은 약 3%였고, 저소득층은 약 1% 수준이었습니다.
자산 효과가 고소득층 소비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동시에 노동시장 자체도 고소득층에 더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 이런 소비 구조는 지속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데이비드 틴슬리 BofA 인스티튜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단기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중·고소득층이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저소득층 소비가 상당히 약해지더라도 전체 소비는 비교적 견조할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소폭 조정받는 정도로는 고소득층 소비를 크게 위축시키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자산 이전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마이클 피어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자산 이전이 소비 구조를 크게 바꿀 것이라는 주장에는 다소 회의적입니다. 이 과정은 매우 점진적으로, 향후 10~15년에 걸쳐 진행될 것입니다.
데이터를 보면 자산은 주로 직계 상속인에게 이전되며, 이들은 이미 50~60대의 비교적 고소득 계층입니다. 따라서 이는 K자 구조를 완화하기보다는 오히려 강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주택시장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고령층이 보유한 대형 주택이 시장에 나오면 공급이 늘어나 장기적으로 주택 가격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 환급 확대는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데이비드 틴슬리 BofA 수석 이코노미스트
“향후 6개월 정도는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세금 환급 규모는 600억~800억 달러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난 수준입니다.
지난해 데이터를 보면 환급금을 받은 소비자들은 재량 소비, 여행, 레저 지출을 크게 늘렸습니다. 저소득층의 경우 평균 환급금이 한 달 치 소비를 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경제는 성장하는데 고용은 부진합니다. 이유는 무엇입니까.
▷마이클 피어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경제는 생산성 증가 덕분에 성장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생산성 증가율은 약 2%로, 이는 노동 투입 없이도 가능한 성장입니다.
또 하나는 인구 증가 둔화와 이민 감소입니다. 몇 년 전에는 노동력 증가를 따라가기 위해 월 20만 개 정도의 일자리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약 3만5000개면 충분합니다.
다만 채용률은 매우 약합니다. 신규 졸업자나 청년층에게는 지난 10년 중 가장 어려운 노동시장입니다.”
▶ 대졸 청년층 고용 악화에는 AI 영향도 있습니까.
▷마이클 피어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AI가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은 아직 제한적입니다. 다만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부분은 초기 경력직 채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이 임금과 이익을 끌어올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 2026년 미국 경제 전망은 어떻습니까.
▷마이클 피어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전반적으로는 비교적 긍정적인 환경이라고 봅니다. 관세의 영향은 주로 2025년에 반영됐고, 감세 효과와 금리 인하 효과는 2026년에 나타날 것입니다. 다만 정책의 분배 효과는 (정책의 혜택이 소득이 낮은 계층보다 소득이 높은 계층에 더 많이 돌아가는 등) 역진적이며, 일자리 없는 성장이 지속될 경우 K자형 구조는 더욱 고착될 수 있습니다.”
▶ 인플레이션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마이클 피어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상품 인플레이션은 관세 전가가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둔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서비스 인플레이션도 주거비 둔화와 생산성 개선으로 점진적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임금 상승률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 소비자 심리는 비관적인데 소비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틴슬리 BofA 인스티튜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소비자 심리와 실제 소비 간의 관계는 과거보다 약해졌습니다. (소비자들의) 불평은 많지만, 소비는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이클 피어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상위 20% 가구가 전체 소비의 40%를 차지하는 구조에서는 다수의 소비자가 비관적이더라도 소비는 유지될 수 있습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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