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투어 ‘10승 클럽’ 마지막 이름
정점 찍으니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
2년 전 ‘박힌 볼’ 논란에 공황장애 겪기도
“서른 되면 채 내려놓겠다는 생각까지 해”
회의감 떨치려 골프 인생 마지막 변화 결심
작년 4월 이시우 코치 찾아 스윙 교정 부탁
우승 행진 멈췄으나 ‘골프의 재미’ 다시 찾아
“올 목표는 ‘빠른 우승’...BC카드·한경컵도 욕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10승은 ‘완성형 선수’의 증표다. 투어 역사상 그 업적을 이룬 이는 15명뿐이고, 가장 최근 이름이 박지영이다. 그는 2024년 8월 지금은 사라진 메이저 대회인 한화클래식에서 개인 통산 세 번째 ‘메이저 퀸’에 오르며 KLPGA 입회 후 10년 만에 개인 통산 10승 고지를 밟았다.
더 증명할 것도, 급히 바꿀 이유도 없어 보이던 시점이었다. 그런데 박지영은 오히려 변화를 택했다. 19일(현지시간) 포르투갈 포르티망 모르가도CC에서 만난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더 이상 이룰 게 없을 것 같아 서른에 은퇴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골프가 재밌어졌다”며 “잘 치는 것보다 꾸준하게 오래 치고 싶어서 지난 시즌 초반 스윙과 몸 사용, 훈련 방식 전반에 손을 댔다”고 말했다.
꾸준함의 비결 ‘악바리 정신’
2015년 KLPGA투어에 데뷔한 박지영은 ‘꾸준함의 대명사’로 통한다. 2년 차인 2016년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첫 우승을 달성한 뒤 매년 상금랭킹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투어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23년과 2024년엔 2년 연속 3승씩을 올렸다.
꾸준함의 바탕에는 ‘악바리 정신’이 있었다. 투어 선수들도 ‘지독한 연습벌레’로 꼽는 선수가 바로 박지영이다. 그는 “저는 안 되는 게 있으면 고집을 피워서라도 될 때까지 몸을 갈아 넣는다”며 “어떻게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이날 오후 훈련에서도 원하는 샷이 나오지 않자 예정보다 늦은 시간까지 드라이빙 레인지를 떠나지 않았다.
그런 박지영은 통산 10승을 달성한 뒤 오히려 회의감이 들었다고 했다. “발전하려면 뭘 더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안주하는 것도 후퇴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2023년 4월 메디힐·한국일보챔피언십 경기 중 불거진 논란도 큰 타격이었다. 당시 선두를 달리던 박지영은 3라운드 도중 그린 앞 벙커 턱에 박힌 볼을 경기위원이 오기 전에 집어 오해를 샀다. 그는 “박힌 볼로 판단해 룰대로 드롭을 했는데, 제가 마치 부정행위를 한 것처럼 중계에 잡히면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며 “골프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공황장애를 심하게 겪었다”고 돌아봤다.
박현경 이예원 등 친한 동생들의 위로와 응원에 힘입어 힘든 시기를 버텼다는 박지영은 지난해 4월 ‘골프 인생의 마지막 변화’라는 마음으로 이시우 코치를 찾아갔다. 그동안 좋은 성적에도 채워지지 않던 부분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그는 “우승을 해도 제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았다”며 “스윙할 때 힘을 효율적으로 쓰는 법을 느끼고 싶어서 새로운 코치님께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치 바꾸고 새로운 도전
박지영은 지난해 4년 연속 이어오던 우승 행진이 끊겼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시즌 중 스윙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박지영은 “코치님을 바꿀 때부터 우승 욕심을 내려놓았다”며 “모든 패턴과 메커니즘을 바꾸는 느낌이라 처음엔 예선 탈락을 15개 이상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래도 성적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우승은 없었지만 메이저 대회 KLPGA 챔피언십과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에서 두 차례 준우승을 기록했다. 톱10에도 8차례 입상하며 상금랭킹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지영은 “스윙을 교정하다 부상을 많이 당한 것치고는 성적이 괜찮았다”며 “무엇보다 확실히 더 좋아지고 있다는 걸 몸으로 느끼면서 골프가 다시 재밌어졌다”고 웃었다.
포르투갈 전지훈련에서 하루 24시간을 훈련에 쏟아붓고 있는 박지영은 올해 다시 우승을 꿈꾼다. 통산 11승에 도전하는 그는 “새해 느낌이 좋다”며 “상반기에 빨리 우승하는 게 1차 목표”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은 준우승만 두 번 했을 정도로 궁합이 좋은 대회”라며 “올해 KLPGA 챔피언십과 통합돼 메이저가 됐으니 꼭 우승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포르티망=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