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외식산업의 성장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매장 수와 매출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만들던 방식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외식업계가 인력·영업시간 축소와 메뉴 다각화를 축으로 한 체질 개선 국면에 들어섰다. 매출 확대만으로는 인건비와 원부자재, 임대료 등 급증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구조로 전환되면서 올해는 성장보다 '버티기'에 방점이 찍히는 분위기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25 국내외 외식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전년 대비 직원 수를 줄였다는 외식업체는 전체의 46.5%에 달했다. 반면 직원을 늘렸다는 응답은 12.6%에 그쳤다. 외식업체 두 곳 중 한 곳이 인력 구조를 축소하며 비용 관리에 나섰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변화는 외식업의 수익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인력이 곧 서비스 품질이었고, 서비스 품질은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그러나 현재는 인력을 늘릴수록 고정비 부담이 급증하고, 이를 상쇄할 만큼 매출이 따라오지 않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채용 위축을 넘어 고용 자체가 리스크가 된 셈이다.
운영 시간도 줄었다. 영업 일수를 줄였다는 응답은 18.2%, 영업시간을 단축했다는 응답은 21.4%로 집계됐다. 반면 영업 일수와 시간을 늘렸다는 비율은 각각 11.6%, 14.7%에 그쳤다. 점심은 간단히 해결하고 저녁 외식을 줄이는 소비 패턴이 확산되면서, 한때 외식업의 핵심이었던 저녁 시간대 영업이 오히려 손실 구간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목할 점은 외식 수요가 배달이나 포장으로 대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매장·배달·포장 간 매출 비중은 전년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세 채널 모두에서 매출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높게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외식 방식을 바꾼 것이 아니라 외식 자체를 줄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외식업체들은 인력과 운영 시간은 줄이는 대신 메뉴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판매 메뉴 수를 늘렸다는 응답은 38.3%로, 줄였다는 응답(16.2%)의 두 배를 넘었다. 간편식(HMR) 매출이 증가했다는 응답(29.8%)도 감소 응답(23.6%)보다 많았다. 매장 식사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포장·반조리·간편식 등으로 수익원을 분산시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 끼 외식을 여러 개의 상품으로 쪼개 파는 구조”로의 전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식업체들이 체감하는 위기의 본질은 수요 부족보다 비용 압박에 가깝다. 운영 애로사항으로는 원부자재 비용 상승(25.7%), 인건비 상승(18.0%), 물가 인상(14.7%)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매출 감소(11.3%)는 이보다 뒤에 위치했다. 매출이 일부 회복되더라도 고정비 상승분을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뜻이다.
외식시장은 이미 정체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지난해 매출이 줄었다는 응답(45.2%)이 늘었다는 응답(43.4%)을 웃돌았다. 업계에서는 올해 추가적인 인력 감축과 운영 축소가 이어지는 '2차 구조조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성장 중심의 외식산업이 비용 관리 중심 산업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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