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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너도나도 맞더니…'32조원어치 산더미' 무슨 일이길래

입력 2026-01-19 10:24   수정 2026-01-19 16:07


위스키, 코냑, 데킬라 등 프리미엄 증류주 수요가 역대급으로 줄어들면서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재고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업체들은 증류소 가동을 중단하고, 가격을 대폭 인하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디아지오, 페르노리카, 캄파리, 브라운포맨, 레미코앵트로 등 상장 주류업체 5곳의 숙성 재고 규모는 220억달러(약 32조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FT는 "스카치 위스키, 코냑, 데킬라 등의 소비가 역사적 수준으로 감소(historic downturn)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코냑 제조사 레미코앵트로의 경우 숙성 재고만 18억유로(약 3조원)에 달한다. 연간 매출의 두 배이자, 전체 시가총액에 맞먹는 규모다. 디아지오도 연간 매출 대비 재고 비율이 2022년 회계연도 기준 34%에서 지난해 43%로 급증했다. FT는 애널리스트 트레버 스털링을 인용해 "주류 재고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쌓이고 있다"며 "관련 정보를 공개한 기업들의 현재 재고량은 금융위기 직후에 쌓였던 물량을 넘어섰다"고 했다.

재고가 폭발적으로 급증한 건 업체들이 수요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기간 주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제조업체들은 양조장 증설에 나서는 등 생산량을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소비 위축이 이어지면서 고가 주류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식었다.

이같은 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산업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FT는 "음주량 감소가 위고비·오젬픽 등 체중 감량 약물의 확산, 전반적인 웰빙 중시 트렌드와 관련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수년 전부터 수요를 예측해야 하는 숙성 주류 제조업체들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숙성주를 만들려면 짧게는 2년, 길게는 12년 뒤를 내다보고 생산량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은 가격 인하도 고민하고 있다. 프랑크 마릴리 레미코앵트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실적 발표에서 "공급 과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헤네시 코냑'도 코로나19 당시 미국에서 한 병에 45달러까지 올랐지만, 이후 35달러로 내렸다.

업체들은 생산시설 가동도 줄이고 있다. 일본 주류업체 산토리는 미국 켄터키에 있는 짐빔 버번 증류소를 1년 이상 폐쇄했다. 디아지오도 텍사스와 테네시의 생산시설 운영을 올 여름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증류주 생산을 줄이는 건 '위험한 게임'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 에드워드 먼디는 "5~10년 뒤 특정 브랜드나 카테고리 수요가 다시 살아났을 때, 오히려 재고 부족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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