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올해도 카카오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초콜릿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수요는 감소하고 있지만 카카오 공급량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서아프리카 지역의 기상 조건이 개선되고, 각국 정부가 카카오 매입 가격을 높인 점이 영향을 미쳤다.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농민에게 지급하는 카카오 가격을 25% 인상해 t당 5000달러를 보장하기로 했다. 가나도 자국 카카오 보장가격을 4780달러로 높였다. 농가 소득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면 밀수업자 대신 공식 유통망을 통한 카카오 판매가 늘고, 재배 투자가 확대돼 중장기적으로 카카오 생산이 늘어날 수 있다.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일부터 시작된 2025~2026년 카카오 수확량은 약 15만2800t 규모의 과잉 공급이 예상된다. 카카오 가격 상승에 베팅했던 투기 자금도 최근 들어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하지만 t당 2000~3000달러였던 2년 전 가격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공급 리스크가 사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는 재배 특성상 기후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밀 같은 한해살이 작물은 기후 변화로 생산성이 떨어지면 매년 다시 파종하거나 새로운 품종으로 비교적 쉽게 전환할 수 있다. 반면 카카오는 나무를 식재한 후 열매를 맺는 데 3~5년이 걸린다. 카카오 농장이 기존 나무를 제거하고, 새로 심기까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라보뱅크는 “코트디부아르에서 생산되는 카카오량이 2050년까지 35%가량 감소할 수 있다”며 “이 중 25%는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단기적으로 올초에는 가격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가 올해 1월 1일부터 자사 원자재 지수에 카카오를 편입했기 때문이다. 편입 비중은 1.7%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와 투자자가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면서 가격 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초콜릿 제조 업계는 카카오값 급등으로 수익 압박이 커지자 초콜릿 가격을 잇달아 인상했다. ‘오레오’ 쿠키로 유명한 제과업체 몬델레즈인터내셔널은 “소비자는 초콜릿 가격이 기존보다 40~50% 비싼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몬델레즈의 ‘밀카’ 초콜릿은 가격이 약 25% 인상됐는데 무게는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초콜릿 제조 업체는 가격 변동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키캣 제조사인 네슬레는 “최근 (카카오) 가격 변동이 고무적이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가격 변화를 언급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기타드 초콜릿 컴퍼니는 “줄어든 이익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가격이 안정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콜릿 제조업계는 카카오 가격이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 지속적인 가격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초콜릿 제조사인 스위스 배리칼레보는 카카오 사업부를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변동성이 큰 가격에 대한 그룹 노출을 줄이고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사업 전체를 매각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업체는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레시피 변경을 단행했다. 예컨대 카카오버터 사용량을 줄이고, 시어버터나 해바라기유 같은 식물성 지방을 섞는 식이다. 식품업체 맥비티는 일부 쿠키의 카카오 함량을 줄여 ‘초콜릿’이 아닌 ‘초콜릿향’으로 제품 표기를 바꿨다. 블룸버그는 “한번 달라진 제조 방식을 되돌리는 건 쉽지 않다”고 짚었다.
가격 인상으로 초콜릿 소비가 줄어든 점도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원자재 중개업체 마렉스는 “위축된 초콜릿 소비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며 “카카오 사용량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글로벌 카카오 분쇄량이 2022년보다 약 50만t 감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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