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10여년간 선댄스 영화제는 미국의 독립영화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독립 장편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쇼케이스 하며 꾸준한 성장과 확장을 이루어 왔다. 이제는 명실상부 전 세계에서 가장 역사적이고 큰 위상을 가진 독립영화제가 된 셈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영화제는 작년에 타계한 로버트 레드포드를 추모하기 위한 행사들이 열린다. 그가 출연한 첫 독립영화 <다운힐 레이서>(1969)의 회고 상영을 포함한 다양한 레거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
영화제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경쟁 부문, 특히 미국 극영화 경쟁 부문(U.S. Dramatic Competition)에는 손석구 배우가 주연한 작품을 포함해서 눈에 띄는 작품들이 포진해 있다. 곧 선댄스 영화제가 열릴 파크 시티에 갈 수 없다면 이 영화들의 리뷰들로 아쉬운 마음을 대신하시길!

1. <베드포드 파크>, 스테파니 안. [극영화 경쟁 부문, 스테파니 안]
이민자 2세인 ‘오드리’(최희서)는 학대받던 어린 시절로부터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 그녀는 급작스러운 어머니의 교통사고로 오랜 시간 만에 부모님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 곳에서 그녀는 교통사고에 연루된 또 다른 교포 2세, ‘일라이’(손석구)를 만난다. 비슷한 성장 환경과 상처를 공유한 둘은 만남을 거듭하며 서로가 겪은 많은 것들에 공감한다. 그렇게 연대일지, 사랑일지 모르는 그들의 관계가 시작된다.

<베드포드 파크>는 스테파니 안 감독의 데뷔작이다. 안은 단편 영화 연출, 그리고 다수의 프로젝트의 편집자로 크레딧을 올린 바 있다. 한국영화 제작사 바이포엠이 투자에 참여한 이번 작품은 무엇보다 손석구와 최희서의 조합으로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는 다르지만, 영화의 세팅과 분위기로는 선댄스 영화제의 또 다른 화제작이었던 <패스트 라이브즈>(셀린 송, 2023)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선댄스를 필두로 해서 베를린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 노미네이션까지 석권했던 전례의 전설을 이번 작품 역시 성취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2. <뉴욕에 살아있는 유일한 소매치기>, 노아 세건. [프리미어 섹션]
이야기는 1980년대부터 소매치기로 생계를 꾸려온 뉴요커, ‘해리’(존 터투로) 의 일상으로 시작된다. 해리는 꾸준히 기술을 연마해 왔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다. 2025년 현재, 고난도의 기술로 얻어 낸 전리품은 핸드폰, 신용카드로 가득 찬 (현금 없는) 지갑, 암호화폐와 총이 든 체육관 가방 등이다. <뉴욕에 살아있는 유일한 소매치기>는 시대의 흐름에서 뒤처진 사기꾼을 통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수많은 ‘낙오자’들을 그리는 초상이다. 그는 이제 인생의 마지막 장을 준비해야 한다.

영화의 주인공 존 터투로는 미국 인디 영화의 초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미국의 인디펜던트 시네마가 형성되던 시기에 가장 활약했던 배우이자, 인디 시네마의 거장들과 코엔 형제의 ‘뮤즈’이기도 했다. 그는 스파이크 리의 <똑바로 살아라>(1989)를 포함, 코엔 형제의 <밀러스 크로싱>과 <바톤 핑크> 그리고 <빅 르보우스키>를 포함한 다수의 영화의 주역을 담당했다. 이번 영화는 황금기를 지나 이제 70대로 향하고 있는 배우 존 터투로의 실제 타임라인과도 많은 면을 공유한다. 감독 노아 세건은 분명 터투로 라는 배우의 광활한 삶과 시간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소매치기 해리를 중첩해 이 영화를 만들었을 것이다. <뉴욕에 살아있는 유일한 소매치기>는 분명 오랜 시간 동안 쌓아진 로버트 레드포드의 레거시를 기리는 올해 선댄스 영화제와 매우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 [미리보는 선댄스 영화제 ②편]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