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무렵 구직 시장에 뛰어든 일본 청년들은 심각한 취업난을 겪었다. 기업들은 대졸 신규채용을 중단했고 비정규직 일자리만 늘어났다.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의 '취업 빙하기' 세대다.한국은행은 19일 한국의 청년 고용 문제를 다룬 보고서에서 한국 청년들이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를 닮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취업 지연에 따른 생애 소득 감소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데다 주거비 부담으로 인한 자산 형성도 어려워지면서 청년층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자리 측면에서는 고용 지표상으로는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청년층 고용률은 2000년 43.4%에서 2024년 46.1%로 상승했고 실업률은 같은 기간 8.1%에서 5.9%로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구직을 위한 준비 기간이 장기화한 영향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구직 자체를 미루면서 경제활동인구 바깥으로 이동하는 인구가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2003년 227만명에서 2024년 422만명으로 두배 가까이 급증했다. 첫 취업 소요 기간이 1년 이상이라는 응답 비중은 2004년 24.1%에서 2025년 31.3%로 상승했다.
이렇게 초기 구직이 늦어지면 소득이 감소하게 된다. 분석 결과 미취업 기간이 1년 증가할 때 현재 기준 실질임금은 6.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공서열형 임금이 대부분인 영향도 있으나 미취업 기간이 늘어날수록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진다는 점도 문제다. 미취업 기간이 1년일 때는 5년 후 상용직으로 근무할 확률이 66.1%였으나 미취업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나면 56.2%로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차장은 "청년층의 구직기간이 길어지면 이들이 숙련 기회를 상실해 인적자본 축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뿐 아니라 그 이후 생애 전체적으로도 고용 안정성이 약화하고 소득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은 1990년대 초중반부터 2000년대 사이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 어려움을 겪은 일본 ‘취업 빙하기 세대(또는 잃어버린 세대)’의 사례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월세가 오르면서 청년층 주거비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2011년 ㎡당 1만원(소형 아파트 기준) 정도였던 월세는 2024년 약 70%가량 상승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주거비 비중은 청년층이 9.3%로 전체연령대(2.9%)의 3배를 넘는다.
주거비 상승은 청년들의 총자산 형성에 악영향을 주고 부채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거비가 1% 상승할 때 총자산은 0.04% 감소했고, 청년층 부채 비중은 2012년 23.5%에서 2024년 49.6%로 급등했다. 주거비 지출은 다른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거비 지출 비중이 1%포인트 상승하면 교육비 비중이 0.18%포인트 하락해 인적자본 축적을 방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차장은 "청년세대의 고용·주거 문제는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성장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라며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해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소형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청년층의 일 경험 지원사업 확대, 주거 안정을 위한 금융 지원 강화를 주문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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