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다운힐 레이서>, 마이클 리치. [파크 시티 레거시 섹션]
<다운힐 레이서>는 로버트 레드포드의 첫 스포츠 영화이자 그가 선댄스 연구소를 만들고자 결심하게 했던 결정적인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파라마운트가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1963년 동명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레드포드가 프로듀서를 맡게 되면서 진행된 이 영화는 1.8백만달러라는 저예산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극악무도한 스튜디오의 횡포를 겪어야만 했다. 레드포드는 이 작품을 계기로 작가·감독의 오리지널리티가 존중받을 수 있는 독립영화 제작과 활성에 주력하기로 마음먹었고, 그 결단의 결과물이 선댄스 영화제의 초석인 ‘선댄스 연구소’다. 이러한 맥락에서 로버트 레드포드의 추모 상영으로, 그의 수많은 출연작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다운힐 레이서>를 선택한 것은 그럼에도 적절하고 마땅한 큐레이션으로 보인다.

영화는 냉소적이지만 비범한 재능을 가진 스키 선수 ‘데이빗 채플릿’(로버트 레드포드)이 우연히 팀에 합류하게 되어 올림픽에서 승리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영화는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눈부신 촬영과 실제 경기를 연상하게 하는 레이싱 장면들로 극찬받았다. 동시에 레드포드가 연기한 ‘채플릿’은 1960년대 미국 영화의 반영웅적 인물의 전형이면서도 스포츠를 통해 실제 미국 사회에 팽배한 야망주의를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받기도 했다. 로저 이버트는 <다운힐 레이서>를 “스포츠 영화 중 역대 최고작이면서도, 사실상 스포츠에 관한 이야기가 전혀 아니다”라고 묘사하며 영화를 (미국 사회의) 완벽하고 비극적인 초상화라고 언급했다.
<다운힐 레이서>는 파라마운트가 보유한 35미리 필름 버전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눈 덮인 파크 시티에서 알프스의 설경을 배경으로 한 레드포드의 고전을 필름으로 보는 경험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그 어느 때 보다도 선댄스의 관객들이 부러운 순간이다.
4. <안티헤로인>, 제임스 홀·에드워드 러브레이스. [프리미어 섹션]
밴드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의 부인이자 밴드 ‘홀’의 리드 보컬 코트니 러브를 중심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그녀가 새 앨범을 준비하고 녹음하는 3년의 과정을 통해 그녀의 음악적 일생과 커트 코베인을 포함한 다양한 음악적 동반자들 그리고 그녀의 영감을 추적하고 조명한다.

사실상 코트니 러브는 잘 알려진 뮤지션이기도 하지만 포르노 잡지 ‘허슬러’의 창시자 래리 플린트를 그린 영화 <래리 플린트>(밀로스 포먼, 1997)의 ‘알시아’ 역으로 골든 글로브와 뉴욕 평론가협회 영화상의 여우조연상 부문에 올랐던 배우이기도 하다. 그녀는 <래리 플린트> 이후로 짐 캐리 주연의 <맨 온 더 문>(밀로스 포먼, 1999), 릴리 테일러와 함께 출연한 독립영화 <줄리 존슨>(2001), 샤를르즈 테론의 스릴러 <트랩트>(루이 맨도키, 2002)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번 다큐멘터리가 흥미로운 것은 코트니 러브처럼 문제적이면서도 그 재능을 충분히 (긴 시간 동안) 인정받은 여성 뮤지션/배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마약과 스캔들 문제에 있어 코트니 러브는 수십, 수백 차례 타블로이드의 커버를 장식했지만 비슷한 사례로 침몰하는 여배우, 여자 뮤지션들과는 달리 활동이 멈춘 바 없었다. 이는 그녀의 강력한 의지와 더불어 무엇보다 그녀에게만큼은 영화와 광고, 혹은 음악 제안이 끊이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연 코트니 러브는 동시대에 크고 작은 이슈로 추락했던 수많은 여성 뮤지션들, 배우들과 무엇이 달랐을까. 다큐멘터리 <안티헤로인>은 이 물음에 대한 갖가지 답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커트니 러브의 자백과 독백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모놀로그와 함께 말이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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