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택소노미에 따른 녹색금융 사례 ① 전윤재 KB금융 ESG사업부 부장

녹색금융의 주역은 금융사다. 금융사는 자금이 녹색사업으로 흐르며 실제 탄소중립이 행동으로 전환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특히 정부는 기업이 온실가스·에너지 감축 공정·산업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낮은 대출금리로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대출상품 이자 일부를 금융기관에 지원하는 녹색정책금융 활성화(이차보전)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중소·중견기업이 발행하는 한국형 녹색채권에도 이자를 보전하는 이차보전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실제 이 사업에 참여 중인 금융사를 대상으로 녹색금융 사례와 기업이 유의할 만한 녹색금융 가이드 Q&A를 진행했다.
- 최근 금융사가 기후금융에 힘을 싣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후금융의 본질은 단순히 ‘착한 금융’이 아닌, 자금이 녹색산업으로 흐를 때 기업의 탄소중립 선언이 실제 행동으로 전환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KB금융그룹도 ‘NET ZERO S.T.A.R’ 전략을 기반으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추진해왔고, 이를 위해 기후금융 체계를 구축하면서 녹색·전환 영역의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룹 차원에서 녹색채권은 누적 1.5조 원, 지속가능채권(ESG채권)은 누적 16.8조 원 수준의 발행 실적을 기록해왔다. 이는 단순히 홍보가 아니라 이런 실적이 있어야 실제 시장에서 자금이 움직인다.”
- 기업 입장에서 녹색전환은 아직 ‘부담’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현장에서의 체감은 어떤가.
“맞다. 기업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취지는 알겠는데, 당장은 부담스럽다’이다. 설비투자 비용도, 자료 준비도 번거로운 데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느끼니까. 그런데 정책과 금융 환경을 같이 보면 흐름이 바뀌고 있다. 녹색전환은 점점 기업이 잘 활용하면 비용을 줄이고 조달 옵션을 넓히는 ‘자금조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K-택소노미는 기업에 새로운 의무를 추가하기보다는 기존에 하던 투자와 개선 활동을 금융과 연결해주는 ‘해석의 기준’에 가깝다고 본다.”
- 기업이 체감하는 가장 현실적인 변화는 결국 금리가 아닐까? 사례가 궁금하다.
“실제로 ‘같은 투자였는데 조달 조건이 달라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한 중견 제조기업이 노후 설비를 교체하며 에너지 효율 개선 투자를 진행했는데, 기업 내부에서는 생산성 개선 투자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금융 관점에서 보면 이 투자는 K-택소노미상 에너지 효율 개선 활동에 해당할 수 있었고, 우리는 투자 목적·자금 사용처·예상 절감 효과를 기준에 맞게 다시 정리해 녹색여신과 정책 이차보전 연계 구조로 설계를 바꿀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새로운 투자를 한 것’이 아니라 기존 투자에 정책·금융 언어를 덧입혀 조달 구조를 바꿨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전체 금융비용과 현금흐름 부담이 개선된다.”
- 녹색금융은 대규모 프로젝트만 가능하다는 인식도 있던데.
“녹색금융 지원은 사업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한 중소기업은 공정 일부에 고효율 설비를 도입하며 수억 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했다.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자금 사용 목적이 명확했으며, 기존 대비 에너지 사용량 감소가 수치로 설명 가능했고, 사후 관리 계획이 단순했다. 우리는 규모가 아니라 ‘목적성과 측정 가능성’을 중심으로 판단했고, 소액이지만 녹색여신으로 금리우대까지 적용했다. 기업이 종종 ‘이 정도 금액으로도 되나요?’라고 되묻는다. 하지만 녹색금융은 본질적으로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와 설명의 문제다.”
- 반대로, 친환경 사업 같아 보이는데도 여신이 거절되는 경우도 있나.
“있다. 이 부분이 기업 입장에선 가장 답답할 수 있다. 녹색여신은 자금이 실제로 녹색경제 활동에 사용되는지 확인해야 하기에 K-택소노미 기반 적합성 판단 절차를 거친다. 그런데 운전자금은 자본적 지출(CapEx)과 달리 사용처를 항목별로 특정·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적합성 판단 단계에서 녹색금융 적용이 거절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 은행은 결국 무엇을 보고 결정하는가.
“핵심은 3가지다. 첫째, 자금 사용 목적의 명확성이다. 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그리고 그 용도가 녹색·전환 활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환경성과의 측정 가능성이다. 탄소감축, 에너지 절감, 효율 개선처럼 무엇이 얼마나 개선되는지 완벽하지 않더라도 설명 가능한 수준의 수치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사후 관리 가능성(성과 관리)이다. 실행 이후에도 계획 대비 성과를 점검하고, 필요 시 보고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특히 자금이 실제로 녹색경제 활동에 사용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증빙 구조가 중요하다. 실제로 녹색여신은 일반 여신에 비해 자금 용도 증빙 서류나 적합성 판단 참고 자료 등 기업이 준비해야 할 자료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편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업이 어려워하는 지점을 줄이기 위해 녹색경제 활동별 요구 기준과 준비 서류를 매뉴얼로 정리해 영업 현장과 고객 상담에 활용하고 있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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