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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업계 금기 깬 세쿼이어…승자독식 대신 '전방위 베팅' [고은이의 VC투자노트]

입력 2026-01-19 15:21   수정 2026-01-19 15:29


오픈AI에 투자한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세쿼이어캐피털이 오픈AI 경쟁사인 앤스로픽에 첫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특정 승자에 베팅하던 전통적인 VC 전략에서 벗어나 AI 생태계 전체를 포섭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쿼이어캐피털은 앤스로픽의 최신 펀딩 라운드에 참여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라운드는 싱가포르 투자청(GIC)이 주도하며 앤스로픽의 기업가치는 4개월 전보다 두 배 이상 뛰어오른 3500억 달러로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오픈AI에 이미 투자한 세콰이어가 경쟁사인 앤스로픽에 첫 투자를 추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VC업계에선 경쟁사 간 투자는 자제하는 게 불문율이었다. 세콰이어는 2020년 포트폴리오사인 스트라이프와 경쟁 관계였던 핀테크 스타트업 피닉스에서 21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전액 회수하면서 동일 업종 투자를 경계한 바 있다. 이번 앤스로픽 투자 결정은 AI 생태계 자체가 '하나의 승자'가 나오는 게 아닌 다수의 강자가 등장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콰이어캐피털의 글로벌 수장을 맡아온 로엘로프 보타가 물러나고, 알프레드 린과 팻 그레이디가 공동 의장 체제를 구축하면서 공격적인 실용주의 노선으로 선회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앤스로픽의 가파른 성장세가 세쿼이어의 조바심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멘로벤처스에 따르면 기업용 AI 시장 내 점유율에서 앤스로픽은 40%를 기록하며 오픈AI(27%)를 추월했다. '클로드 코드' 등 개발자 친화적인 도구가 시장에서 반응을 얻으면서 더 이상 앤스로픽을 배제한 채 AI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알트먼은 그동안 "경쟁사에 '비수동적인' 돈을 넣는 투자자에게는 기업 기밀에 대한 접근권을 제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해왔다. 세쿼이어는 오픈AI의 초기 투자자로서 그동안 강력한 유대 관계를 맺어왔지만 주요 AI 플레이어들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테크업계 관계자는 "세쿼이어의 행보는 AI 기술의 파괴력이 기존 VC 업계의 수십 년 된 불문율마저 무력화시킬 정도로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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