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폐막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은 올해도 ‘K의 물결’로 가득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현지 로봇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로봇을 선보여 세계 각국 미디어로부터 호평받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눈에 띄었다. 행사가 열린 베네시안홀 유레카파크 곳곳의 ‘관제 전시관’은 안타까움을 넘어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엉성한 구석이 많았다. 파견 나온 공무원은 입구에 관람객이 찾아온 줄도 모른 채 무언가 자신만의 일에 몰두해 있었다. 서류 작업에 한창이었는데 아마도 본국에 보낼 보고서 작성용인 듯했다. 동행한 벤처투자업계 대표는 비아냥 섞인 칭찬을 내놨다. “작년엔 한국어로만 꾸민 전시관을 버젓이 마련했는데 그래도 올해는 영어로 입간판을 세워놓긴 했네요.”CES를 메운 수많은 한국 전시관은 한국의 혁신이 여전히 관료 주도형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다. 한국처럼 각 지자체와 대학, 공공기관 등이 CES에 많이 참여하는 사례는 드물다. 그것도 각각 전시관을 따로 차리는 일은 없다. 올해는 20여 개 기관이 서로 다른 곳에 흩어져 부스를 차렸다. 인공지능(AI)·로봇·핀테크 등 각 키워드를 중심으로 스타트업이 배치된 유레카파크에서 참관객들이 ‘강원’이나 ‘경기’ 등 지역관을 특별히 찾을 이유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CES에 참가하거나 미국에 진출하는 스타트업 지원을 멈출 수는 없다. CES 현장에서 만난 한 대학생 창업가는 “세계 무대의 벽을 실감하며 값진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이왕 지원하려면 스타트업이 자신을 증명할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에 힘써야 한다. 매년 반복되는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적어도 올해부터는 현장에서 찍은 사진 말고, 지원한 스타트업이 미국에서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를 성과 지표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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