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발생한 쿠팡의 고객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3370만 건의 고객 정보라는 규모도 놀랍지만, 사고 수습 과정에서 보인 쿠팡의 태도가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 쿠팡 의장은 국회 청문회 출석 요구에 불응했고, 대신 출석한 외국인 임시 대표는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실제 유출된 고객 정보는 3000건에 불과하다는 믿기 힘든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이 같은 쿠팡의 태도에 정부는 12개 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고 과징금을 포함한 다양한 제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지난해 발생한 유사한 사건인 SK텔레콤 고객 유심 정보 유출과 비교해 정부의 대응이 강경하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위원회가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공정위는 정보 유출에 따른 소비자 피해와 관련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쿠팡이 이 명령에 따르지 않거나 소비자 피해 구제가 안 된다고 판단되면 영업정지 처분도 고려하겠다고 한다. 쿠팡의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고 쿠팡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납품업체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부당 광고, 끼워팔기, 최혜대우 요구 등 쿠팡이 연루된 다양한 공정거래 사건을 조사 중이거나 조사하겠다고 한다. 동일인 지정부터 공정거래 사건 조사까지 대부분의 공정위 대응은 선별적인 독과점 규제로 개인정보 유출과는 무관하다. 이번 사태를 빌미로 정부가 플랫폼 규제를 본격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 볼 만한 대목이다.
사실 쿠팡이 독과점 규제 대상이 될 만큼 유통시장에서 지배적인 사업자가 된 데는 정부도 한몫했다. 정부는 2012년부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명목으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 휴업일을 지정했다. 이즈음 창업한 쿠팡은 아무런 규제 없이 로켓배송을 앞세워 대형마트들이 규제에 묶인 상황에서 유통시장에 손쉽게 침투할 수 있었다. 이제는 쿠팡 없는 유통시장은 생각할 수조차 없게 됐다. 어쩌면 이번 사태에 대한 쿠팡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쿠팡은 3000만 명이 넘는 고객이라는 믿을 구석이 있다.
그럼에도 정보 유출과 무관한 분야의 징벌적 규제는 쿠팡을 넘어 플랫폼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 등과 같은 규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특정 공정거래 사건의 관련 시장을 획정하고, 그 시장에서 해당 기업의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사의 점유율이 75% 이상일 때 해당 사건에 대해 지정한다. 이렇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되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 적용돼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공정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쿠팡이 연루된 여러 공정거래 사건에서 쿠팡 및 경쟁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높도록 관련 시장을 획정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예컨대 쿠팡 멤버십에 쿠팡이츠를 끼워 판 사건에 대해, 쿠팡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도록 관련 유통시장을 획정할 수 있다. 그러면 끼워팔기는 쿠팡이 유통시장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배달앱 시장에서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한 부당한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어쩌면 배달앱 시장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에 맞서기 위한 쿠팡과 쿠팡이츠의 경쟁 촉진적 행위가 경쟁 제한적 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
플랫폼 관련 시장이 한 번 이렇게 획정되면, 이후 플랫폼이 연관된 사건마다 이 시장 획정이 인용되면서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되고 이들의 다양한 경영 행위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 결과 오히려 플랫폼 시장의 경쟁이 제한되고 플랫폼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
고객 정보 유출에 대해 정부가 그에 합당한 처벌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들이 고객 정보 관리에 최선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징벌적인 처벌을 고객 정보 유출과 무관한 분야에 하는 것은 반시장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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