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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프리즘] 한국만 과속하는 친환경 정책

입력 2026-01-19 17:23   수정 2026-01-20 00:17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자동차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1996년 선보인 EV1이다. 한 번 충전으로 160㎞를 달렸고, 최고속도는 시속 130㎞에 달했다. 내연기관차 못지않은 성능으로 출시와 함께 세계 자동차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EV1의 등장은 정책이 기술을 끌어올린 대표적 사례다. 당시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는 자동차 판매량의 일정 비율(2%)을 무공해차로 채우도록 의무화했는데, EV1이 선두에 섰다. 하지만 정유업계와 자동차업계의 반발, 규제 완화 소송이 이어지면서 2002년 EV1 생산이 중단됐다.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장과 산업 생태계가 준비되지 않는 상태에서 정책 속도만 앞섰기 때문이다.

30년이 흐른 지금, 전기차는 다시 자동차산업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해 세계에서 팔린 전기차(1~11월 기준)는 1916만 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다. 전체 차량 판매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전기차 캐즘’이 시장을 얼어붙게 할 것이란 우려는 적어도 숫자만 놓고 보면 빗나간 듯 보인다.

그러나 이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전기차 시장은 사실상 중국이 떠받치고 있다. 전체 판매의 64.2%인 1231만5000대가 중국에서 팔렸다. 유럽과 미국에서의 판매량은 각각 374만5000대와 165만1000대에 그쳤다. 브랜드별로 보면 중국 쏠림은 더 노골적이다. 1, 2위를 차지한 BYD와 지리차를 비롯해 상위 10개 중 6개가 중국 업체다.

이 지점에서 각국 정부는 고심에 빠졌다. 보조금과 규제로 키운 시장이 중국 기업의 배만 불리고 있어서다. 결국 친환경차 보급을 주도하던 미국과 유럽이 방향을 틀었다. 미국은 전기차 세액공제 제도를 없앴고, 유럽연합(EU)은 2035년 내연차 판매 전면 금지 정책을 철회했다. 일본은 애초부터 ‘전기차 올인’을 거부하고 하이브리드차를 함께 키우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자동차 강국들이 속도 조절에 나선 이유는 단순하다. 산업 경쟁력을 잃는 순간 친환경 정책은 지속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반대로 가고 있다. 2030년 신차 판매의 50%를 친환경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올해 28%에서 내년 32%, 2028년 36%, 2029년 43%, 2030년 50%로 해마다 목표치는 높아진다. 하이브리드차도 포함되지만 판매 실적은 0.3대로 환산된다. 사실상 전기차 중심의 강제 전환이다.

이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 작년 국내 친환경차 비중은 13.5%에 불과했다. 목표를 맞추지 못하면 기여금을 내야 하는데, 현재 대당 150만원에서 2028년부터는 300만원으로 오른다.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보조금도 깎인다. 시장이 따라오지 않으면 벌금과 불이익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구조다. 이런 장면은 낯설지 않다. 정책이 현실을 앞서갈 때 그 비용은 언제나 기업이 떠안았다. 독일과 스페인은 보조금을 앞세워 재생에너지 시장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냈지만, 중국 업체들의 급성장만 도왔고 자국 기업은 급속히 붕괴했다.

친환경차 전환은 피할 수 없는 길이지만 정책의 속도는 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정해져야 한다. 기술, 인프라, 소비자 수용성이라는 세 개의 톱니가 맞물려야 굴러간다. 하나라도 빠지면 시장은 왜곡된다. 특히 산업 경쟁력에 직결되는 정책은 국제적 추세도 살피면서 유연하게 추진해야 한다. EU가 목표를 수정한 것은 업계의 목소리를 받아들인 결과다. 그게 책임 있는 정부의 태도다. 세계가 속도를 늦추는데 우리만 가속페달을 밟아 스스로 경쟁력을 갉아먹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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