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공기업 직원들이 승진을 기피한다는 사실이다. 31개 공기업에서는 임원(상임이사) 승진을, 7곳에서는 초급간부(차장·팀장) 승진조차 반기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PS의 초급간부 승진 시험 경쟁률은 0.2 대 1에 불과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승진해봐야 업무와 책임만 늘어날 뿐 금전적 보상은 미흡하고 잦은 전근 등 불이익이 더 크다는 게 이유다. 승진을 마다하는 조직에 무슨 생산성이며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겠는가.
임금피크제 운영 실태는 더욱더 가관이다. 임금피크제 대상자 중 기존에 하던 일 말고 별도 직무를 맡은 직원의 실질 업무 시간은 ‘주 5시간 미만’이 가장 많다고 한다. 하루 한 시간도 일을 안 하며 고액 연봉을 꼬박꼬박 챙겨가는 꼴이다. 생산성은 따지지 않은 채 연공급제를 기본 골격으로 정년까지 보장하는 공기업 특유의 인사체계가 낳은 비극이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도입한 지역인재 채용제도 역시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를 통해 공개된 327개 공공기관 임직원은 45만 명(2024년 기준)을 넘었고, 총인건비는 33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공공기관 업무보고와 관련해 “시간이나 때우고 누릴 것만 누리는 경우가 가끔 있다”며 공공기관 개혁을 강하게 주문했다. 일부 기관장의 무책임과 능력 문제를 지적한 것이지만 직원이라고 결코 예외일 순 없다.
주인 없는 회사라는 안일함에 빠져 조직 경쟁력을 갉아먹는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방만 경영의 뿌리를 뽑는 근본적인 구조개혁에 서둘러 착수해야 한다. 연공서열 타파와 직무급제 도입 등 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이 그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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