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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얼리 어답터' 한국인

입력 2026-01-19 17:22   수정 2026-01-20 00:17

상영 영화 중 최고 흥행 실적을 거두고 있는 ‘아바타 3: 불과 재’. 2편(물의 길)부터 세계 첫 개봉 무대를 한국으로 삼고 있다. 아바타 시리즈 외에도 한국에서 최초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가 적잖다.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더 배트맨’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등. 이들이 한국을 개봉작 테스트베드로 삼는 것은 관객들의 ‘얼리 어답터’ 기질과 바이럴(입소문) 성향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등재된 50개 가까운 한국어 단어 중 유일한 부사어가 ‘빨리빨리’다. 부실과 날림의 원인이자 망국병으로까지 지목됐지만, 한편으론 경쟁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하는 데 걸린 시간은 딱 7년이었다. 오늘날 세계적 디지털 강국의 토대에는 그런 속도전이 자리 잡고 있다.

얼리 어답터는 남보다 빨리 신제품을 써봐야 직성이 풀리는 소비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한국인의 이 기질은 인공지능(AI) 시대에도 변함없다. 한경에이셀 리서치팀이 신용카드 이용자 2000만 명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챗GPT 등 생성형 AI의 작년 한 해 월평균 유료 구독료가 803억원으로, 넷플릭스의 2024년 월평균 구독료(750억원)를 넘어섰다고 한다. 챗GPT의 국가별 유료 구독 매출 비중을 놓고 봐도 작년 11월 기준(센서타워 분석)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빨리빨리’ 문화와 더불어 한국인의 얼리 어답터 성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DNA가 비교의식과 호기심이다. 일본인이 축소 지향적이라면, 한국인은 비교 지향적이다. 남이 해보는 것은 꼭 해봐야지, 안 그러면 분해서 못 산다. 또 하나는 호기심이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말처럼 “어린아이 같은 열린 눈과 열린 마음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게” 한국인이다. 우리의 얼리 어답터 기질을 부끄러워해야 할 이유가 하등 없다. 단 그 기질이 과도하게 흐르는 것만은 경계해야 한다. 빨리빨리가 조급증으로, 비교 지향이 과시 또는 자기 비하로, 호기심이 오지랖으로 변질하는 것 말이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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