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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SK하이닉스에 장기 투숙…"물량 달라" 빅테크 아우성

입력 2026-01-19 17:27   수정 2026-01-19 17:38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 15일 세종포천고속도로에서 남용인나들목으로 들어서자 100m 높이의 골리앗 크레인과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건설 현장인 경기 용인시 원삼면에 닿기 위해 진입한 구불구불한 도로에는 공사 현장에서 나온 흙더미를 싣고 달리는 덤프트럭이 즐비했다. 공사를 맡은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건국 이후 최대 토목공사인 만큼 매일 오가는 덤프트럭만 500대가 넘는다”며 “하루평균 1만 명을 공사에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초 1기 팹 가동
용인 클러스터는 2050년까지 600조원이 투입되는 국내 최대 반도체 프로젝트다. 2019년 사업 계획을 밝힌 지 6년 만인 지난해 2월 1기 공장을 착공했다. 클러스터에는 4개 팹(공장)이 들어서는데, 각 팹은 SK하이닉스가 최근 충북 청주에 세운 M15X 팹 6개와 맞먹는 규모다. 부지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1.5배인 415만㎡에 이른다.

SK하이닉스는 애초 팹 한 기에 30조원씩 1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는데, 인공지능(AI) 열풍이 부른 폭발적인 수요에 발맞춰 팹 크기를 50%가량 확대하기로 했다. 여기에 공사비, 반도체 기자재, 인건비 등이 큰 폭으로 오른 걸 반영해 공사비를 애초 계획보다 다섯 배 많은 600조원으로 늘려 잡았다.

SK하이닉스는 1기 팹 완공 시점을 내년 5월에서 2~3월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공사를 최대한 빨리 끝내기 위해 하루 24시간 3교대로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며 “일요일 야간만 빼고 주 7일 공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선 1기 팹 주변에 골리앗 크레인 7대가 달라붙어 골조를 세우고 있었다.

SK하이닉스가 공기 단축에 나선 건 급증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대 AI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뿐 아니라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여러 빅테크에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성능 D램, 낸드플래시 등을 공급하고 있다. 수요가 넘치다 보니 빅테크들은 물량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본사 인근에 장기 투숙하며 수시로 구매 담당자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예상되는 글로벌 HBM 시장(580억달러, 85조원)의 절반가량을 SK하이닉스가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삼각벨트 완성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의 월 D램 생산량은 45만 개(12인치 웨이퍼 기준)로 삼성전자(65만 개)의 70% 수준이다. 용인 팹의 생산능력이 기당 20만~30만 개인 만큼 내년 초 가동에 들어가면 단숨에 따라잡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3년 9월 현장을 방문해 “용인 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 역사상 가장 전략적인 프로젝트인 만큼 지금까지 해오던 것 이상의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한 배경이다. 2·3·4기 팹은 2050년까지 차례로 들어선다.

용인 팹이 가동되면 SK하이닉스는 용인~이천~청주로 이어지는 반도체 ‘삼각벨트’를 완성하게 된다. 이천은 연구개발(R&D), 청주는 낸드플래시 생산, 용인은 HBM 등 첨단 D램 생산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증권사에선 2027년 용인 클러스터가 가동되면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작년(약 40조원)의 세 배 이상인 127조원(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용인 클러스터가 가동되면 국내 반도체 생태계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클러스터에 조성될 협력화 단지에 국내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50여 곳이 입주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1기 팹에 소부장 협력사들이 생산 현장과 비슷한 환경에서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미니팹’(트리니티팹)을 지어주기로 했다. 클러스터 인근에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빅5’로 꼽히는 ASML,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TEL) 등도 들어선다.

용인=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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