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반도체 공장을 지었다고 칩이 뚝딱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각종 소재와 부품, 장비 등이 따라오지 않으면 반도체는 단 한 개도 생산할 수 없다. 삼성전자가 테일러 공장 건립을 계획할 때부터 국내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의 동반 진출에 공을 들인 이유다.
지난 10일 찾은 테일러 공장 주변에는 한국 소부장 기업 현장 사무소가 여럿 보였다. 확인한 기업만 수십 곳이다. 모두 국내에서 삼성전자와 손발을 맞춘 핵심 협력사다. 동진쎄미켐과 솔브레인 등은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있고, 에프에스티(FST), 한양이엔지 등은 현지 법인을 세웠다. 업계에선 삼성을 따라 테일러에 진출하거나 사업화를 추진 중인 한국 협력사가 145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협력 업체는 테일러 공장의 첫 번째 고객인 테슬라의 요구에 맞춰 장비를 최신 기종으로 교체하고, 라인도 재정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가 주문한 자율주행칩 AI5와 AI6를 규격대로 생산하기 위해서다. 삼성은 작년 7월 테슬라와 23조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었다.
삼성은 테일러 공장의 빠른 안착을 위해 분야별 에이스를 대거 투입하는 동시에 협력 업체에도 “최우수 인력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렇게 현지에 파견된 에이스들로 ‘원팀’을 구성해 테슬라의 요청에 즉각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장비를 들여놔도 손 빠른 인력이 현장 상황에 맞춰 미세한 부분까지 다듬지 않으면 수율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며 “삼성과 협력사의 최우수 인력들이 셋업 초기부터 밤낮없이 수율 잡기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과 소부장 업체들의 원활한 협력을 위해 테일러 공장에서 10분 거리에 관련 산업단지도 들어선다. 86만㎡ 규모로 ‘그래디언트 테크놀로지 파크’로 이름 지은 이 산단은 협력업체들의 물류 및 부품 공급 허브 역할을 맡는다.
테일러 진출은 협력 업체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가능성을 안겨준다. 미국 시장에서 실력을 검증받으면 삼성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인연을 맺을 수 있어서다. 테슬라에 이어 퀄컴, 구글 등 북미 빅테크가 삼성의 2㎚ 공정을 대만 TSMC의 대안으로 검토하면서 현지에 동행한 한국 소부장 업체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테일러=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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