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지난해 이뤄낸 성과다. ‘만년 메모리 2위’로 ‘언더독’이라고 불렸던 SK하이닉스의 반전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을까.
오는 26일 출간되는 <슈퍼 모멘텀>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개발 시작 이후 현재까지 약 20년에 걸쳐 흘린 피와 땀의 기록을 담고 있다. 전직 기자 등으로 구성된 컨설팅그룹 ‘플랫폼9와3/4’이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CEO) 등 경영진과 HBM 개발에 참여한 엔지니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썼다.
책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인공지능(AI) 리더십’에 주목한다. 최 회장은 2021년 5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처음 만나 그의 비전을 들었다. AI 산업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최 회장은 이후 대만에서 모리스 창 TSMC 창업자와 만나 ‘AI 생태계 연합’과 관련한 비전을 공유했다. ‘AI 반도체 3각 동맹’의 시작이었다.
3사의 동맹 구축 작업은 속도를 냈다. 2024년 4월과 6월 각각 젠슨 황, 웨이저자 TSMC 회장을 만난 최 회장은 “3사가 협력해 AI 병목 현상을 해결하자”며 AI 반도체 생태계 연합을 제안했다. 황 CEO와 웨이 회장도 “좋은 생각”이라며 호응했다. SK하이닉스가 만든 HBM을 TSMC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패키징해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생산하는 전략이 완성된 것이다.
2012년 SK그룹 인수 전 “망해간다”는 얘기를 듣던 SK하이닉스의 고속 성장에도 최 회장의 리더십이 역할을 했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직후 임원 100명과 일대일로 만나 SK그룹과의 화합적 결합을 이끌었다. 이후 대규모 투자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현 솔리다임) 인수를 이어가며 회사를 연이어 확장시켰다.
‘하이닉스 DNA’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SK 인수 전까지 하이닉스 임직원이 겪은 고난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독함’의 문화를 만들어냈다. 실패의 책임을 따지기보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발 벗고 나서는 ‘원팀’ 정신도 이 때 다듬어졌다. 엔지니어 출신 CEO의 리더십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HBM의 성공도 최 회장의 리더십과 이런 조직문화가 결합해 만들어진 성과로 평가된다.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도 2세대 HBM(HBM2)을 고객사에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 ‘실패’의 경험은 3세대 HBM(HBM2E)를 거쳐 엔비디아 물량을 사실상 독점한 4세대 HBM(HBM3)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HBM 성공 비결에 대해 “AI 산업의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고 했다. 앞으로 SK를 포함한 기업의 성공과 실패는 무엇이 좌우할까. 결국 AI다. 최 회장은 책의 마지막 챕터 ‘최태원 노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AI 생태계에 포함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기업의 가치와 운명 등 모든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고 있어요. 지금까지 AI 반도체가 만든 임팩트는 서곡에 불과합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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