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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환호하는 '최대 실적'이 위험 신호일 수 있다“

입력 2026-02-09 06:00   수정 2026-02-09 10:43

[머니 토크]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이 국내 증시를 견인하고 있다. AI 인프라 사이클과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을 바탕으로 낙관적인 전망이 힘을 얻는 가운데, 한편에선 ‘AI 버블론’과 증시 변동성 확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14일, 자본시장과 산업 사이클을 꿰뚫어 온 세 명의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대표,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가 주인공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반도체와 방산 등 확실한 이익 모멘텀을 가진 업종 중심의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주식 시장의 역사는 늘 같은 경고를 반복해 왔다”며 “하반기 미국 중간선거와 반도체 공급 과잉 우려에 따른 역발상 매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지난해부터 현재까지의 국내 증시 상황을 간략히 짚어주신다면.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대표(이하 신 전 대표)
“지난해 4월 이후 현재까지의 주가 상승 속도는 1960년대 증시 개장 이래 가장 빠르다. 소위 ‘3저 호황’기였던 1985~1987년은 물론, 유동성이 폭발했던 코로나19 직후의 반등보다도 탄력이 강하다. 이번 장세의 큰 특징은 ‘각 업종 내 주도주의 확실한 독주’다. 대표적인 예가 반도체 섹터다. 시장의 기대가 컸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들은 기대만큼의 탄력을 보여주지 못한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표 종목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다른 업종에서도 대표성을 가진 종목들의 차별화 장세가 더욱 심화되는 상황이다.”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이하 최 전 회장)
“이 같은 흐름은 2026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체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441조 원 규모로, 전년 대비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다만 이 중 약 60~70%가 반도체 업종에 집중돼 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영업이익 규모는 약 275조 원대로 둔화된다. 시장 전체는 성장한 것 같지만, 특정 업종에만 성과가 집중되는 ‘K자형’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단순히 지수 상승에 환호하기보다, 시장에 머물면서 어디에서 이익이 나는지를 짚어봐야 한다. 올해 시장을 분기별로 보면 1분기는 우호적, 2분기에는 일부 조정 가능성이 있으나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흐름은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4분기에는 ‘헤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이하 박 대표)
“주가는 기본적으로 ‘이익’의 함수이지만, 그 이익에 얼마를 곱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멀티플(배수)’ 또한 핵심 변수다. 그동안 우리 시장은 세계적인 기업들을 배출하고도 시장 자체가 소외받으며 멀티플이 현저히 낮았다. 상법 개정, 지배구조 개선 등 시장 체질 변화가 진행되면서 ‘불신의 시장’이 ‘신뢰의 시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멀티플이 상승했고, 이것이 코스피 4300선까지의 상승을 이끌었다. 여기에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이익 자체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약 280조 원이던 코스피 시장 전체 영업이익은 올해 400조 원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주식, 부동산, 원자재가 동시에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 국면이며, 주식은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자산이다. 특히 가격 결정권을 가진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충분히 입증했고, 이번 랠리는 실적과 신뢰 회복이 맞물린 결과라고 본다.”



신 전 대표 “지난해 상법 개정은 1973년 1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시행된 ‘자본시장 육성법’에 비견될 만한 사건으로 평가한다. 당시 그 법안을 계기로 음성적인 사채 자금이 제도권 자본시장으로 유입됐고, 경기 회복세와 맞물리며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상법 개정 역시 1973년 이후 자본시장 역사에서 가장 파급력이 큰 법안으로,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회복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본다. 시선이 미국에만 매몰돼 있지만, 글로벌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미국의 상승세는 오히려 완만한 편이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증시는 무서운 기세로 치솟고 있다. 동유럽 시장도 불가리아가 올해 1월 한 달에만 지수가 18%나 폭등했다. 남미 지역(아르헨티나·칠레)의 증시 탄력도 미국을 압도한다. 현재는 전 세계가 유례없이 동반 상승하는 글로벌 강세장이다. 기업 이익과 환경은 긍정적이나 지금과 같은 상승 속도가 계속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파른 상승 뒤에는 반드시 속도 조절이나 숨 고르기 국면이 올 수밖에 없음을 대비해야 한다.”

- 현재 국내외 증시를 두고 고평가 논란이나 거품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 전 대표 “우리 증시는 1985~1989년 대호황 이후 2003~2007년 사이 가장 뜨거운 상승장을 맞이한 바 있다. 소위 말하는 ‘골디락스’ 경기였다. 저성장 속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아 주식 투자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우리가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향후 우리 경제가 과거와 같은 ‘골디락스’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최 전 회장 “오늘자(1월 14일) 신문을 보니 전문가 65%가 코스피 5000포인트 돌파를 예상한다는 설문 결과가 있었다. 저 역시 그 전망에 한 표를 던진다. 주가는 결국 가치에 수렴하고, 그 가치의 핵심은 기업의 이익이다. 여러 우려가 있지만, 반도체와 AI, 로봇, 그리고 모빌리티 산업으로 진화 중인 자동차 섹터 등이 강력한 이익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또한 정책적으로 코스닥 중심의 벤처 육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대기업이 앞서가면 그 온기는 낙수 효과처럼 코스닥과 벤처 산업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다. 여기에 향후 제약·바이오 섹터까지 바통을 이어받는다면 상승 동력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모든 업종이 일시에 오를 수는 없겠지만 주요 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이익이 분기별로 전년 대비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견조한 실적에 자본시장 개선을 위한 제도와 정책적 뒷받침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진다면, 코스피 5000포인트는 충분히 도달 가능한 목표이며,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본다.”

박 대표 “현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2배 수준이다. 자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인 금리로 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여전히 4.1~4.2% 수준이다. PER 22배를 역수로 계산하면 주식 투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약 4.5%에 불과하다.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해만큼은 아닐 수 있다. S&P500 기준으로 약 10~12% 수준의 상승이면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국내 시장도 비슷하다. 코스피가 4700선에 와 있지만 PER은 여전히 11배에도 못 미친다. 표면적으로는 저평가처럼 보이지만, 한국 시장은 미국처럼 PER로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반도체를 비롯해 사이클 기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사이클 산업에선 이익이 바닥일 때(고PER) 사고, 이익이 정점일 때(저PER) 파는 역발상 전략이 유효했다. 실제로 2023~2024년 반도체 이익이 바닥을 찍었을 때 그러했다. 이런 구조 때문에 한국 시장은 PER보다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보는 게 더 합리적이다. PBR 1.5배를 적용하면 지수로는 약 4850선이기 때문에, 올해 국내 증시에 대한 기대 역시 조금은 낮춰서 볼 필요가 있다. 5000 돌파 가능성은 열어두되, 사상 최대 이익에 환호하기보다 오버슈팅 구간에서의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 상반기와 하반기를 구분해본다면 어떻게 전망하나.

박 대표 “올해 전체를 놓고 보면, 지수와 상관없이 강한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반도체가 쉬어가면 지수는 조정을 받겠지만, 빈자리를 조선, 방산, 원자력 등 실적 모멘텀을 확보한 업종이나 새로운 테마들이 시장을 이끌 수 있다. 다만, 가파른 금리 인하가 없는 한 지금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존재한다. 따라서 공격적인 추세 추종보다는 박스권 트레이드 관점의 대응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특히 하반기로 갈수록 조금 더 보수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올해는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해인데, 과거 2018년과 2022년을 보면 중간선거가 있었던 해에는 하반기, 특히 10월 전후로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 이익이 크게 개선된 시점에서는 주가가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돼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또 밸류에이션을 PER이 아니라 PBR로 봐야 한다는 점을 짚어주셨다.

신 전 대표 “현재 시장에 제시된 분기별 이익 전망을 보면, 1분기보다 2분기, 2분기보다 3분기로 갈수록 이익이 증가하는 구조를 전제로 한 경우가 많다. 4분기는 계절적 요인이나 회계 처리 문제로 통상적으로 이익이 둔화되는 경우가 많고, 이후 다시 다음 해 1분기에 이익이 회복되는 패턴이다. 실제로는 전망이 크게 어긋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에도 이익 전망이 계속 수정되면서 시장을 상당히 힘들게 만들었다. 만약 올해 제시된 이익 전망이 그대로 실현된다면 중간에 변동성이 있더라도 시장은 버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주목하는 부분은 주가 상승 사이클의 길이다. 2000년 이후 주가가 의미 있게 상승했던 국면은 약 아홉 차례 있었고, 전체 상승 기간은 평균적으로 약 16개월이었다. 하지만 상승 전후의 정체 구간을 제외하고 실제로 주가가 힘 있게 움직인 ‘몸통’ 구간만 보면 약 12개월 정도에 불과했다. 이는 결국 경기 사이클과 맞물린 문제로, 중·후반부에 접어들수록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 반도체 업황의 향후 흐름을 어떻게 보고 계시나. 최근의 AI 랠리와 맞물려 반도체 독주 체제가 올해 내내 지속될 수 있을지, 혹은 우리가 경계해야 할 변곡점이 있을까.

최 전 회장 “‘버블’이란 단어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곧 강력한 성장의 증거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고 파괴적인 혁신이 일어날 때 버블은 늘 동반됐다. AI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의 성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 공급자가 가격 결정권을 쥔 시장 반도체 산업 전체를 조망했을 때, 현재는 HBM을 필두로 D램, 낸드플래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성장세가 뚜렷하다. 특히 현재 시장이 ‘초과 수요’ 상태다. 이제는 공급자가 가격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주도권이 넘어왔다. AI와 결합된 반도체 산업의 성장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거대한 구조적 변화다.”

박 대표 “시장의 방향을 판단할 때 주식 시장의 역사에서 힌트를 찾는다. 과거 우리나라 시장이 강한 상승 국면을 보였던 시기가 2003년부터 2007년까지였다. 이 5년 동안 코스피는 매년 상승했고, 특히 2005년에는 코스피가 53%, 코스닥이 87% 올랐다. 당시 미국은 닷컴 버블의 후유증으로 고전하고 있었지만, 한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중국의 폭발적인 인프라 투자 수혜를 입었다. 당시 조선, 철강 등 인프라 사이클의 주역들이 시장을 이끌며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폭등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2022년 말 챗GPT로 촉발된 AI 열풍은 단순한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넘어, 미국과 중국 간의 ‘AI 기술 패권전쟁’이라는 거대한 인프라 투자 사이클을 만들어냈다. 이번 AI 패권전쟁에서도 핵심 공급망을 쥔 기업들이 주인공이 될 것이다. 이 흐름은 최소한 2027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최 전 회장 “반도체 장밋빛 전망 뒤에 숨은 ‘공급 과잉’의 신호를 포착해야 한다.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는 격언을 되새길 때다. 현재 시장은 반도체에 대해 너나 할 것 없이 긍정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투자의 대원칙은 모두가 환호할 때 떠날 준비를 하고, 모두가 외면할 때 들어가는 것이다. 지금은 분명 반도체를 사야 할 때이고, 조정 시 매수 전략이 유효한 국면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2~3년 내 ‘공급 과잉’의 역습이 닥쳐올 수 있다. ‘지금이라도 삼성전자를 사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지금은 무작정 따라 사야 할 시점이라기보다는 조정이 나올 때 분할로 접근해야 하는 구간이다.”

신 전 대표 “모든 투자는 처음에는 이성으로 시작하지만, 상승세가 붙으면 결국 ‘투기’의 국면으로 진입한다. 마치 산불과 같다. ‘이제부터 불 끄자’고 해서 꺼지는 게 아니라, 완전히 탈 만큼 타오른 뒤에야 스스로 꺼진다. 주식 시장 역시 ‘이제 비싸니 사지 말자’라는 이성적인 합의로 하락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현시점에서 섣불리 주가 하락을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통상적으로 주가의 상승 사이클을 보면, 정점은 대개 ‘쌍봉’ 형태로 나타난다. 첫 번째 봉우리에서 조정을 받은 뒤 다시 반등해 두 번째 봉우리를 형성하는데, 이때 두 고점의 차이는 불과 1~5% 내외다. 수치상으로는 두 번째가 정점이지만, 이미 첫 번째 고점에서 추세는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상승세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이 이 구간에서 기대감 때문에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이때 힌트가 되는 것이 성장률의 흐름이다. 주가의 정점보다 분기별 성장률의 정점이 먼저 형성되는 경우가 아주 많다. 각 업종에는 항상 주도주가 있고, 그 주도주의 힘에 따라 꺾이는 순서가 다르다. 어떤 업종은 먼저 꺾이고, 어떤 업종은 가장 늦게까지 버틴다. 마지막 단계에 가면 이상 현상도 나타난다. 본업과 무관한 잡주들이 급등하며 난무하는 구간이 나온다. 증권사가 매매 회전을 유도하고 소외됐던 종목들이 근거 없이 튀어 오르는 것이다. 그때는 정말로 미련 없이 손을 떼야 하는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 반도체 이외에 시장이 주목할 수 있는 다른 업종이나 흐름은 무엇인가.

최 전 회장 “반도체 외에도 방산, 조선 등 여러 업종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업종 중 하나로 증권업을 꼽고 싶다. 최근 논의되는 규제 완화, 그리고 상법 개정과 배당 분리과세 등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완성 단계에 접어든다면, 증권업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신뢰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박 대표 “과거 2003~2007년의 상승장이 직선으로만 가지 않았다. 2004년과 2006년, 중국의 긴축 우려로 인해 시장은 큰 출렁임을 겪었다. 특히 반도체는 이익이 가장 많이 나왔던 해가 오히려 조정의 해였던 경우가 많다. 2015년, 2018년, 2022년이 모두 그랬다. 2026년 현재의 시장 역시 반도체 이익이 정점에 달하는 해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올해 반도체 이익이 좋다고 해서 단순히 이익에 PER을 곱해 접근하는 방식은 위험하다. 반도체는 올해 하반기에는 조정 가능성을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방산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국방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과 달리, 실제로는 제3차 세계대전에 대한 우려 속에 1950~1960년대까지 방산 투자가 지속됐다. 설령 전쟁이 마무리되더라도 방산 모멘텀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하나 더 덧붙이면, 올해 대북 테마의 형성 가능성이 있다. 2017년 트럼프 1기 당시와 현재(트럼프 2기)의 시장 환경은 매우 흡사하다. 2018년 싱가포르 회담이 시장에 충격을 주었듯, 부동산 재벌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외교적 치적과 실리를 위해 ‘북한 개발’이라는 카드를 다시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 만약 올해나 내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 국면에 들어간다면, 그 이후 대북 관련 테마가 형성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최 전 회장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무력 사용 금지’와 ‘정복 전쟁의 불법화’를 핵심 원칙으로 삼았다. 국가 간 분쟁 해결 수단이 전쟁에서 외교와 국제기구로 대체된 것이 지난 수십 년간 글로벌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토대였다. 하지만 9·11 테러 이후 ‘확장된 자위권’이 발동되면서 이 견고했던 질서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1989년부터 2014년까지 국경 간 분쟁으로 인한 사망자는 1.5만 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국가들이 자국 보호를 명분으로 일방적인 무력 개입을 정당화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사망자는 10만 명을 넘어섰다. 강대국들이 국제법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할 때, 평화의 시대는 가고 분쟁의 시대가 도래함을 숫자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 질서의 변화는 금융 시장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 올해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예정돼 있고, MSCI 지수의 선진국 예비 명단에 들어갈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본다. 국내 자본시장에는 변화가 나타날까.

신 전 대표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된다고 해서 무조건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누적 자금은 2018년 1월 1173억 달러에서 2022년 7월 650억 달러까지 급감했다. 최근 일부 회복했지만 2025년 11월 기준으로 여전히 794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외국인들이 우리 시장을 더 이상 ‘장기 보유’ 대상이 아닌, 짧게 치고 빠지는 ‘단기 매매’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은행 등 일각에서 ‘서학개미’들의 해외 투자가 환율 불안을 야기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데이터로 볼 때 선후 관계가 잘못된 것이다. 하반기 자금 유출 규모는 상반기보다 줄었음에도 환율은 오히려 하반기에 더 악화됐다. 즉, 환율 문제는 자금 유출 때문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성장률과 금리라는 근본적인 원인에서 찾아야 한다. 환율의 기본 원리는 명확하다. 성장률과 금리가 높은 국가의 통화 가치는 상승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성장률이 1%도 안 되는 극심한 저성장을 겪었다. 성장률이 낮으니 금리도 매력적이지 않고, 결국 원화 가치가 떨어지며 환율이 불안해지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박 대표 “MSCI 편입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증시의 ‘토양’을 바로잡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외환 시장 24시간 개방 등 글로벌 스탠더드 정립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우리 채권 규모는 약 300조 원에 달한다. 만약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다면 이 거대 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다행히 한국이 WGBI에 편입되고 외국인들이 우리 시장을 ‘외면할 수 없는 시장’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지금, 환율 안정은 시급히 해결할 문제다. 과거 ‘9·11 테러’ 직후 지수가 500선까지 떨어졌을 때 당시 주택은행장이었던 고(故) 김정태 회장님은 은행 자금으로 3000억 원 규모의 주식 매입을 선언했다. 또 2003년 홍콩발 사스 사태로 지수가 밀렸을 때도 추가로 5000억 원 주식 매입을 발표했다. ‘여기서 시장이 더 무너지면 금융 시스템이 흔들린다. 경제는 결국 심리다. 신뢰를 시장에 줘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었다. 이 결단은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출 7000억 달러 시대를 열고 견조한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다. 과거라면 당연히 원화 가치가 절상돼야 할 상황이다. 그럼에도 환율이 높은 이유는 기업과 투자자들이 ‘원화로 바꾸면 손해’라는 불안 심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 마지막으로, 투자 전략에 대해 조언 부탁한다.

신 전 대표 “투자자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본인이 관심을 갖고 있는 종목의 ‘이익 추이’를 제대로 확인하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그 이익 전망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다. 기업의 이익 전망은 고정돼 있지 않고 계속 업데이트된다. 보유 종목의 증권사 컨센서스를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확인할 것을 추천한다.”

최 전 회장 “투자자 여러분들이 올해 돈을 많이 버시기를 바란다. 주가는 결국 가치에 수렴하며, 현재의 흐름은 그 가치가 가격으로 전이되는 역동적인 구간에 있다. 다만 투자에서는 시기의 분산, 가격의 분산, 국가의 분산 등 다양한 분산 전략이 필요하다. 기회가 왔을 때 수익을 극대화하고, 분산과 실행으로 승부하라. 수익 이후를 대비한 출구 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최근의 변동성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박 대표 “투자는 낙관주의자들의 축제라는 얘기가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환율 역시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과 글로벌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현재의 환율은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될 것이다. 저는 2027년까지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떨어지는 원화 강세 국면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중국이나 미국발 변수로 인해 시장 조정은 분명히 한두 차례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위기의 신호라기보다, 한국 증시가 5500~6000선을 향해 가는 큰 흐름 속에서의 숨 고르기일 가능성이 크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 정리 이현주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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