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선보여지는 정체불명 인공지능(AI) 영상들이 한국 유튜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AI 쓰레기라 불리는 AI 슬롭(Slop)이 범람하면서 검색 신뢰도 하락과 고령층 오인 소비, 생태계 교란 등 '디지털 오염'이 심화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영상 편집 플랫폼 '카프윙'(Kapwing)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국가별 인기 유튜브 채널 상위 100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기반 AI 슬롭 유튜브 채널 11개의 누적 조회수는 약 84억5000만회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많았다.
이 수치는 2위 파키스탄(53억4000만회)의 약 1.6배, 3위 미국(33억9000만회)보다 약 2.5배 많은 수치다. 전 세계에서 조회수가 가장 높은 AI 슬롭 유튜브 채널 상위 10개 중 4개가 한국에 기반을 둔 채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로 제작한 동물 영상이나 짧은 교훈형 콘텐츠를 올리는 한국의 '3분 지혜' 채널은 누적 조회수 20억2000만회를 기록했는데, 이는 국내에서 발생한 전체 AI 슬롭 조회수의 약 25%에 해당한다. 온라인 마케팅 분석 사이트 눅스 인플루언서는 해당 채널 월 수익을 약 144억원, 연간 수입 예상액은 1754억원이었다.
'슬롭(Slop)'은 음식물 쓰레기나 오물을 뜻하는 단어로, 생성형 AI를 이용해 맥락 없이 대량 복제된 저품질 콘텐츠를 AI 슬롭이라 칭한다. 카프윙에 따르면 AI 슬롭 채널의 누적 조회수는 630억회를 돌파했다. 전 세계 상위 유튜브 채널 1만5000개 중 278개 채널이 AI로만 제작된 저품질 콘텐츠를 게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는 AI 숏폼 영상이 유행하고 있지만, 유튜브 쇼츠의 자동 재생 기능과 알고리즘 추천 구조가 이용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AI 슬롭을 확산시키며 '한국 유튜브가 AI 쓰레기로 변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저품질 AI 영상은 신규 계정에 추천된 쇼츠 영상 5개 중 1개가 AI 슬롭으로 분류될 만큼 침투율 또한 높아지는 추세다.
AI 슬롭 범람은 단순한 콘텐츠 품질 저하를 넘어 허위 정보를 확산하거나 고령층의 오인 소비를 유도하는 등 '디지털 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정보 판별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령층과 어린아이들이 자극적인 합성 영상과 허위 사실을 사실로 오인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저비용 자동화'에 기반한 AI 슬롭이 하나의 수익 모델로 굳어지면서 유튜브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구글은 본격 제재에 나섰다.
구글 측은 "지난해 7월부터 YPP(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통해 반복적이고 진정성 없는 콘텐츠는 수익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단순히 AI 기술 활용을 막는 게 아니라 진정성 있는 창작활동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AI를 도구로 썼느냐가 아니라 영상이 담고 있는 맥락과 의도, 사회적 해악 여부를 판단하는 영상 이해 기술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AI 슬롭으로 수익을 올리는 채널에 대한 플랫폼 측의 강력한 수익 제재 정책과 책임 의식이 병행돼야 디지털 오염을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