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들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알아가며 사랑에 빠졌지만, 시청자는 그러지 못했다. 1회부터 12회까지 전개되는 과정에서, 왜 이런 캐스팅을 했는데, 왜 저런 연출을 했는지, 왜 이렇게 전개가 되는 것인지 의문만 커져갔다. 통역이 되냐고 물었다면, 답은 "아니요"다. 시청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언어로 통역하지 않았다는 점, 넷플릭스 오리지널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의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다중언어 통역사와 톱스타의 예측 불가 로맨스를 다뤘다. 무명 배우였던 차무희가 남자친구의 불륜녀를 만나는 데 도움을 줬던 통역사 주호진과 최고의 자리에서 다시 만난 후 펼쳐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주인공 통역사 주호진에는 김선호, 배우 차무희에는 고윤정이 캐스팅됐다.
화려해 보이는 캐스팅이지만 기대만큼이나 리스크도 많았던 작품이었다.
김선호는 자신이 연기한 주호진이 "얽히기 싫다"고 언급했던 '개인적인 치정' 사건 이후 오랜만에 로맨스 드라마에 복귀하는 거였다. 김선호는 앞서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서 금명(아이유)과 로맨스가 그려지긴 했지만,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직접 나서 극을 이끈 건 tvN '갯마을 차차차' 이후 4년3개월 만이다.
차무희를 두고 삼각관계를 펼치는 '열도의 로맨스 왕자' 히로 역의 후쿠시 소타는 할아버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가미카제 특공대 출신이라 자랑스럽다고 언급한 이력이 있는 배우였다. 마냥 얼굴만 보고 설렘을 느끼기에는 불편함이 있는 캐스팅이었던 셈이다.
여기에 방송가를 대표하는 스타 작가인 동시에 유사성 논란이 불거졌던 홍자매(홍정은, 홍미란)가 집필한다는 점에서 기대감과 우려가 동시에 흘러나왔다. 홍자매는 2005년 KBS 2TV '쾌걸춘향'부터 SBS '마이걸', MBC '환상의 커플', '최고의 사랑', SBS '미남이시네요'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내놓았다. 하지만 수년째 '주군의 태양', '최고의 사랑' 등의 설정이 웹소설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이 사랑 통역되나요'는 홍자매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현대 배경의 로맨틱 코미디 작품이라는 점에서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이야기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직진 여주인공, 그런 여성을 보며 '이상하다'고 피하다가 서서히 스며드는 '혐관(혐오 관계) 로맨스'의 전개를 따른다. 여기에 차무희의 비밀을 서로 공유하고, 그의 망상까지 사랑하고 보듬어주는 주호진의 모습이 '설렘 포인트'로 선보여진다.
그렇지만 흥행 공식을 따른 듯한 까칠하지만 따뜻하고, 한 여자에게만 자상한 남자, 화려하고 제멋대로지만 상처를 가진 여자, 뻔한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진부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수십 년 전부터 답습해 온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 설정들을 답습한 모습이다.
여기에 처음 '이 사랑 통역이 되나요?'가 기획됐을 때보다 짧은 12회가 됐지만, 늘어지는 전개도 지루함을 준다. 차무희 매니저 김용우(최우성)와 호진의 오랜 짝사랑 상대였던 신지선(이이담)의 '급' 로맨스가 '분량 늘리기'로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출연진과 제작진은 제작발표회에서, 홍자매는 넷플릭스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로케이션을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극 중 히로와 무희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촬영하는데, 촬영지가 캐나다와 이탈리아다. 하지만 이들이 자랑하던 글로벌 로케이션에서 보여준 환한 낮의 오로라는 실소를 자아낸다.
캐나다 옐로나이프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오로라 관측지 중 하나다. 사방 1000km의 산맥이 없는 평원 지대로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 없고, 낮은 습도와 쾌청한 날씨 덕분에 최상의 관측 조건을 갖췄다. 오로라는 보통 밤 10시에서 새벽 2시에 가장 활발해서 낮에는 관광이나 이동을 하고, 밤에 대기한다. 하지만 해도 지기 전에 CG로 구현한 오로라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드라마만큼이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완성도, 평가와는 별개로 글로벌 시청 순위는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콘텐츠 순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 집계에 따르면 '이 사랑 통역 되나?'는 한국은 물론 베트남, 싱가포르 등에서 정상에 오르며 19일 기준 글로벌 순위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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