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20일 10:4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재단법인을 상대로 한 코스닥 상장사의 자사주 처분에도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이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에 이어 무상 출연까지 감독 범위를 넓히면서, 자사주를 대거 보유한 상장사들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9일 보안시스템 기업 슈프리마에이치큐의 주요사항보고서(자기주식 처분 결정)에 정정명령을 부과했다. 회사가 자사주를 재단법인에 무상으로 출연하겠다고 공시한 내용이 투자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담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앞서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지난 16일 자사주 52만3591주(지분율 4.99%) 재단법인 숨마문화재단에 출연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15일 종가 기준 약 35억원 규모다. 회사는 출연한 자사주를 재단의 기본재산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ESG 경영 및 사회공헌 활동'을 처분 목적으로 내세웠다.
금감원은 공시에서 '기타 투자사항과 관련한 중요사항'이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자사주를 왜 무상으로 지급해야 하는지, 현금 출연이나 매각 후 기부 등 다른 대안은 검토했는지,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라는 취지다.
시장에서는 이번 출연이 지배력 강화 목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자사주는 처분 시 의결권이 부활한다. 재단법인이 자사주를 보유하게 되면서 이재원 대표의 지분율(31.58%)이 보강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재단이 독립적인 의사결정 주체가 아니라 최대주주와 우호적인 관계에 놓일 경우 자사주 출연이 사실상 우호지분 확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단법인이 신생 법인이라는 점도 의심을 키우고 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숨마문화재단은 지난 12일 설립 인허가를 받았다.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서둘러 처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21일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열고 3차 상법 개정안을 심사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기업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법 시행 후 18개월 이내에 소각하고, 신규 취득 자사주는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장에서는 법사위만 통과되면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한다. 여당은 주주총회 시즌 이전에 개정안을 통과시켜 제도 도입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슈프리미에이치큐가 자사주를 반복적으로 우호세력에 처분해온 전력도 도마에 올랐다.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작년 9월 자사주 65만7491주(지분율 6.28%)를 계열사 벵가디아와 임원에게 처분했다.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작년 9월 이전 12.59%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 자사주 처분까지 완료되면 자사주 비율은 1.36%로 급감한다.
IB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EB에 이어 무상 출연까지 문제 삼으면서 자사주 활용에 대한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이 형성됐다"면서 "법안 통과 이전 자사주 활용에 관한 '회색 지대'를 금감원이 감독권을 바탕으로 메우는 모습"이라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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