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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협업한 면역관문억제제 '임핀지'…담도암 표준치료 제시

입력 2026-01-20 16:13   수정 2026-01-20 16:14


담도암 환자 장기 생존 시대를 열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관문억제제 ‘임핀지’는 한국인 의사와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임핀지에 화학항암제(젬시타빈, 시스플라틴)를 더한 병용요법을 담도암 치료에 활용하자고 제안한 게 한국인 의사이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한 ‘토파즈-1’ 임상시험은 한국 의료진이 주도해 성공했고 세계 담도암 1차 표준 치료를 바꿨다. 대한종양내과학회를 이끄는 박준오 이사장(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과 아스트라제네카 소화기암 임상총괄인 오사마 라마 부사장을 만나 이 임상시험의 의미와 소화기암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한국 의료진의 위상 등에 대해 들어봤다.

▷소화기암 환자는 아시아에 많다.

라마 부사장= 아스트라제네카는 간암, 담도암, 위암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아시아엔 세계 소화기암 환자의 70%가 집중됐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아시아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혁신 연구 수행 능력과 높은 임상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임상 개발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방문을 통해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암병원 등과 의미 있는 교류를 했다.

▷과거엔 아시아에 많은 암종에 대한 항암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박 교수= 과거엔 담도암이나 위암처럼 아시아에서 주로 발생하는 암종이 글로벌 제약사 개발 우선순위에서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엔 국내 의료진의 임상 연구 역량이 크게 향상되면서 글로벌 임상 연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연구자 주도의 임상 연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의 성과가 글로벌 학회에서 자주 소개된다. 한국은 담도암, 췌장암, 간암, 위암 등 소화기암 분야에서 글로벌 연구를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토파즈-1 연구는 한국 의료진과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라마 부사장= 담도암은 환자가 적고 질환 진행이 빠른 공격적인 암이다. 오랜 기간 개발 투자가 제한적이었다. 오도연 서울대병원 교수가 임핀지와 화학항암요법 병용 가능성을 제안했다. PD-L1 차단으로 면역 반응을 유도하고, 항암화학요법이 암세포를 직접 제거해 면역 반응을 강화할 수 있다는 면역학적 시너지 전략에 기반한다. 한국 연구진은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한국인 생존율도 더 높았다.

라마 부사장= 임핀지와 화학항암제 병용 요법의 3년 전체생존율(OS)은 14.6%로 항암화학요법 단독군(6.9%)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11.3개월에서 12.9개월로 연장됐다. 사망 위험은 26% 감소했다. 한국 환자 치료 효과는 더 두드러졌다. 환자의 3년 전체생존율은 21%였다. 사망 위험은 42% 줄었다. 세계 환자를 모집한 토파즈-1 연구에서 한국은 120명의 환자를 등록했다.

▷간암 1차 치료에 임핀지와 면역항암제 ‘이뮤도’를 활용하게 된 히말라야 연구도 한국 환자가 많이 참여했다.

라마 부사장= 히말라야 연구는 CTLA-4 억제제인 이뮤도를 1회 투여한 뒤 임핀지를 병용하는 ‘스트라이드’ 요법으로 간암 환자에서 장기 생존 가능성을 확인했다. 환자 네 명 중 한 명이 4년 생존을 달성했다. 간암 분야에선 최초이자 유일하게 6년 전체생존율을 확인했다. 연구 과정에서 140명의 한국 환자가 참여했다.

▷치료에 폭넓게 활용하려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박 교수=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과거에 비해 다양한 혁신 신약이 국내에 도입되는 시점은 앞당겨지고 있다. 치료제 가격이 상당히 높은 데다 효과가 개선돼 치료 기간이 길어졌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임핀지 담도암 병용요법은 한국 연구진이 주도적으로 수행한 연구를 통해 치료 패러다임의 혁신성을 임상적으로 입증하고 환자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치료다. 재정적으로 감당 가능한 범위에선 환자들에게 혜택이 전달되길 바란다.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박 교수=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4기 암도 점차 조절 가능한 질환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 기준 암의 60%는 완치 가능하다. 나머지 40%는 만성질환처럼 장기 관리가 필요하다. 토파즈-1과 히말라야 연구는 모두 장기 생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임상 현장에서도 장기간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환자가 점차 늘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다.

라마 부사장= 완치에 가까워지기 위해선 암을 조절 가능한 질환으로 바꾸는 단계가 필요하다. 면역항암요법은 그 출발점이었고,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갈 계획이다. ‘마테호른’ 연구에선 절제 가능한 위암 환자에게 임핀지와 화학항암요법을 병용투여해 병리학적 반응률을 표준 화학항암요법보다 두 배 이상 개선했다. 사망 위험을 22% 줄여줬다. 전이되기 전에 치료제를 쓸 수 있도록 해 환자를 완치에 가까운 상태로 이끄는 게 목표다. 한국은 소화기암 조기 진단 비율이 높아 이런 전략을 적용하는 데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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