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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자르트·AHC…인디 브랜드 사놓고도 못키우는 글로벌 뷰티 공룡들

입력 2026-01-20 20:00   수정 2026-01-20 20:05

글로벌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는 10년전 1조원대에 인수한 한국 뷰티 브랜드 '닥터자르트'를 시장에 내놨다. 실적이 부진한 다른 브랜드 두 개와 함께 묶어 제시한 매각가(추정치)는 1억~2억달러 수준. 닥터자르트 단일 브랜드 인수가에도 한참 못미치는 금액에 세 개의 브랜드를 팔겠다고 내놓은 것이다.

한때 2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아시아 화장품 브랜드 중 최초로 에스티로더그룹 품에 안긴 닥터자르트는 중소형 인디 브랜드가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혔다.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인디 브랜드가 7년 만에 실적 부진을 이유로 ‘저가 매각’의 대상이 된 데에는 대형 기업으로의 인수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가다.

20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닥터자르트의 사례처럼 대형 그룹 시스템하에서 인디 브랜드 운영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식한 기업들이 중소형 브랜드 인수합병(M&A)을 줄이는 추세다. 캡스톤파트너스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화장품 기업의 M&A 거래 건수는 5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줄었다. 최근 10년새 가장 적은 수다. 2021년 110건으로 정점을 찍었던 뷰티업계의 M&A 규모는 5년여 만에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에스티로더는 닥터자르트를 매각하면서 '투페이스드(Too Faced)', '스매쉬박스(Smashbox)'를 묶어 파는 패키지딜에 나섰는데, 이들 세 브랜드로 총 13억달러(약 1조9180억원)의 손상차손을 볼 것을 예상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손상차손이란 회사가 보유 중인 유·무형자산의 가치가 장부가격보다 떨어졌을 때, 이를 회계에 손실과 비용으로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이중 닥터자르트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예상치)은 약 1억5000만달러로, 인수 당시 에스티로더 측에서 예상했던 매출 5억달러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닥터자르트 운영사인 해브앤비의 매출액도 줄어들고 있다. 2019년 인수 당시 6346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이후엔 감소세를 이어가며 2025 회계연도(2024년 7월~2025년 6월) 기준 매출은 1788억원까지 줄었다. 전년 대비 23%가량 감소한 수치다. 해브앤비는 2년째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닥터자르트와 비슷한 시기에 글로벌 대형 뷰티그룹을 대주주로 맞이했던 K뷰티 브랜드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영국 유니레버가 3조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인수한 AHC 운영업체 카버코리아는 2018년 6580억원대 매출을 고점으로 2019년 6080억원을 기록했지만 최근 2000억대까지 매출이 빠졌다. 피인수 후 한번도 실적 반등을 하지 못하며 7년 연속 매출이 줄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메가 뷰티기업 산하에 있던 인디 브랜드들이 경쟁력을 잃고 기업가치가 하락한 데에는 대형 기업 특유의 복잡한 시스템과 경직된 의사구조 과정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통상 큰 규모의 뷰티 기업들은 승인 체계가 단계적이고 상품 출시 계획이 연 단위로 긴 편이며 전체 그룹사들은 글로벌 통합 전략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때문에 빠른 신제품 주기와 트렌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마케팅 등 인디 브랜드의 주요 장점으로 꼽히는 특징이 대형 기업 체계에선 잘 발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뷰티시장의 변화도 인수한 인디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아마존, 세포라 등 플랫폼 중심의 유통 구조가 강화되면서 브랜드 진입 장벽이 낮아져 경쟁이 심화됐다. 신제품 홍수 속 일시적 유행 상품이 각광받는 분위기가 강해 브랜드 수명 주기는 짧아질 수 밖에 없다. 하나의 브랜드가 10년 이상 장기 성장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환경에선 대기업이 인수 후 장기 전략으로 브랜드를 키우려해도 트렌드가 지나지나면 성장 사이클이 금새 멈춰버리는 경우가 많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면서 기존 대형 브랜드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었고, 많은 소비자들이 더 새롭고 독특한 브랜드와 제품을 원한다고 생각해 보면 인디 브랜드는 현실적으로 작은 규모에서 수요를 끌 수 있다고 본다”며 “신규 브랜드의 등장 속도가 뷰티 시장의 전체 성장률을 앞지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인수 실패 사례가 나오고 투자 회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2024년 이후론 대형 뷰티 기업들이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는 편”이라며 “인수를 하더라도 성장 여력이 있는 극초기 단계의 브랜드를 상대적으로 싼 값에 사들이려고 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인디 브랜드 인수로 모기업이 휘청할 정도로 타격을 입은 경우도 있다. 아시아 최대 뷰티기업인 일본 시세이도는 미국 인디 브랜드 드렁크 엘리펀트 인수로 최악의 ‘적자 쇼크’에 빠지며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이다. 시세이도는 지난해 연결기준 520억엔의 손실을 봤는데, 지난해 108억엔 손실을 본 것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다. 드렁큰 엘리펀트는 인수 초기엔 ‘클린 뷰티’ 트렌드를 타고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점차 신흥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판매가 급감했다. 지난해 시세이도는 이 브랜드에서만 468억엔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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